“격발 해머 등 부품 오작동 때문”
민ㆍ관ㆍ군 합동조사위 공개 불구
제조업체는 “여러 가설 중 하나”
軍당국 결정에 불복하면서 논란
육군 장병 3명의 목숨을 앗아간 8월 K-9 자주포 화재 사고는 기폭 장치와 격발 때 화염의 승무원실 진입을 차단하는 부품의 오작동 탓에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군 당국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K-9 사고 경위를 조사해온 민ㆍ관ㆍ군 합동조사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승무원이 격발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격발 해머 및 공이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중력ㆍ관성 등에 의해 뇌관이 스스로 움직여 포 몸통 안에 장전돼 있던 장약에 불을 붙였다. 공이는 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부품이고, 뇌관은 포탄 발화용 금속관, 장약은 포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다.
또 뇌관집과 격발 장치의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는 바람에 포신 내부에 장전돼 있던 장약의 연소 화염이 폐쇄기 아래쪽으로 유출됐고 이 화염이 승무원실 바닥에 놓여 있던 장약에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기는 포 사격 때 발생하는 화염을 포신에 밀폐하기 위한 장치다.
조사위는 격발자와 공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스프링의 장력이 떨어져 자동 격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력 저하 원인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2010, 2016년에도 야전 부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기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건 폐쇄기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야 하는 뇌관이 이를 지탱하는 별도의 지지대 스프링이 느슨해지면서 구멍 중간에 끼여버렸기 때문이라는 게 조사위 설명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승무원실 내에 보관함이 있는 2ㆍ3호 장약과 달리 고압력 5호 장약은 보관함이 따로 없어 바닥에 놓아뒀다가 불이 붙었다”며 “이상 격발, 폐쇄기의 불완전한 닫힘, 바닥에 놓여 있던 장약 등 일어나기 힘든 현상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드문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현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지상방산, 현대위아 등 K-9 제작에 간여한 방위산업체 측은 추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K-9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을 보유한 제작업체와 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사위에 공식 참여하지 못했다”며 “육군이 제시한 사고 원인은 추정에 기반한 여러 가설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사위 관계자는 “조사 기간 4개월 중 3개월을 업체가 함께했다”며 “업체와 ADD가 인정하기 어려운 원인 식별 과정에서만 그들이 배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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