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보유 한국도서보급이
티시스 투자부문, 쇼핑엔티 흡수
이호진 前회장 지분 무상증여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의도
태광그룹은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티시스(투자부문)와 도서문화상품권 발행업체 한국도서보급, T커머스 업체 쇼핑엔티 등 3개 계열사를 합병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두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인데, 이번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합병은 티시스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한국도서보급이 쇼핑엔티와 티시스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이 51.01%, 이 전 회장의 장남 현준씨가 44.62%를 보유하는 등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가진 기업이다.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관리를 하는 티시스는 지난해 매출의 84%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비판이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전 회장은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사업부문)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들이 비판한 ‘내부 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문제가 해소된다. 증여 대상과 방식 등은 내년 상반기 중 법적 검토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한국도서보급은 태광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는 지분구조가 비슷해 계열사 줄이기 효과가 있고, 쇼핑엔티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사업, 티시스의 물류사업 등과 협력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 이 전 회장 등 오너일가는 지난해 12월 염색업체인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고, 올해 7월에는 55억원 상당의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디자인 업체 에스티임도 티시스에 매각했다.
이번 3개 회사 합병이 마무리되면 태광그룹의 전체 계열사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들고,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서한물산,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1개만 남는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을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해소된다”며 “공정위의 자발적 개혁 요구를 선제적으로 실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