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문재인 대통령에 요청
주민 611명 기소ㆍ463명 사법처리
“무너진 마을공동체 회복 위해 필요”
정부가 지난 12일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이던 구상권 소송을 철회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사법처리된 주민에 대한 특별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했다.
원 지사는 26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구상권 청구 철회로 지난 10년 동안 지속해 온 강정마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며 “지금 강정마을은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모든 행정지원을 거부하던 과거와 달리 마을 발전과 도민 대통합을 위해 뜻과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강정마을이 희망을 다시 품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법적 제재로 고통을 받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원 지사는 또 “강정마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내주었으나 국가사업을 반대하였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내몰렸고, 지금까지도 하루하루 고통을 감내하며 힘들게 버티어 오고 있다”며 “또한 부모ㆍ형제, 친척 간에 10년 넘게 등지고 살아오며 제사, 명절을 따로 지내는 등 (해군기지를)찬성했던 분들과 반대했던 분들 양쪽 모두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고 사면복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된 이후 해군기지 반대투쟁과 관련한 연행자는 696명이며, 이 가운데 611명 기소돼 형사처분 확정판결을 받은 이는 모두 463명에 이른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주민 등도 모두 111명이며, 선고 유예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22명이다. 강정마을 주민 등이 낸 벌금도 2억9,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 지사는 또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 정부가 약속한 지역발전사업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동체 회복사업에 포함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지역 5대 핵심공약 중 하나로 “해군이 제기한 구상금 소송 철회 및 사면복권 추진, 공동체 회복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과 공동체 회복사업은 대통령의 제주지역 공약 이전에 국책사업에 따른 국민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라며 “주민들이 온전하게 생업으로 돌아가고, 도민 대화합과 국민대통합의 소중한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사면복권과 지역발전사업에 대한 배려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도는 현재 주민소득증대사업과 마을인프라확충사업 등 21개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사업(2,971억원)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 중이다. 또 국가정책조정위원회는 2012년 2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계획사업으로 37개 사업(1조771억원)을 확정했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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