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즈음하여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현재 발전설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과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로 인해 전력수요ㆍ공급 최적화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딜로이트 컨설팅은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이 적용된 증강 전력 디바이스의 활용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증가세에 비추어 디바이스 단위당 전력량의 증가와 새로운 디바이스 출현에 따른 새로운 전력수요를 창출해 전력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이러한 증강 전력 디바이스는 단일 디바이스 형태로 독립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초연결 전력 플랫폼의 주요 구성요소로 위치하여 플랫폼 기능 구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플랫폼 내에서 디바이스 간, 제품과 서비스 간, 디바이스와 사람 간 정보 연결과 데이터 교류가 현재보다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활성화될 것이다. 대표적 기술이 EMS(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EMS 플랫폼 보급 활성화는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다. 이는 전력수요 증가를 상쇄하고, 최종적으로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 볼 수 있다.
ESS와 스마트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공급자 중심의 중앙 발전 방식 체계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에 즉시 대응 가능한 수요자 중심의 전력지원 체계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수요와 공급에 신속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며, 잉여 전력 저장 및 송ㆍ배전 지능화를 통한 최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기술은 급격한 수요 증가를 조정하고, 남는 발전량의 활용도를 높여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대형 원전사고에 따른 탈원전과 이산화탄소 저감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EMS, ESS, 스마트그리드 보급 확대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잖아 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구체화한 목표와 실행계획이 마련될 예정이다. 만일 이에 소홀하게 대응할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력수요 절감 효과는 기대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전력수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우리는 미래 전력수급에 대해 과거의 전통 방식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이다.
과거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목적과 역할도 역시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일 것이며, 전력수급 정책에서도 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현실적 실행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석훈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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