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의견 종합한 최종 방침은
평창 올림픽 이후에 나올 듯
합의 유지 땐 모순적 입장에
파기 땐 셔틀외교 복원 빨간불
외교부 장관 직속 기구인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외교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TF 조사 보고서 발표 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하지만 파기와 유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27일 TF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 32명의 의견을 따로 청취한 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최종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위안부 TF 보고서에는 위안부 합의 상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된 배경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전 의견 수렴 여부 등 기존 합의가 도출되기 까지 절차 상의 문제점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보고서에는 한일 합의를 파기할지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피해자들의 의견은 담지 않았다.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데 최소 두 달 가량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스케줄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최종 방침은 사실상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 방문을 고려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일단 보류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두 달 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국내외 파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여론이 ‘기존 합의 유지’로 모아질 경우 정부는 모순적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절차적으로 잘못된 합의라고 판단하면서도 합의 자체는 유지하는 앞뒤가 안 맞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한때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까지 걸었던 터라 위안부 단체들의 반발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합의 파기’로 결론을 내는 것 역시 치러야 할 외교적 대가가 상당하다. 당장 양국 정상이 지난 7월 주요20(G20)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셔틀외교 복원 등 관계 정상화가 위태롭게 된다. 북핵 고도화 대응 차원에서 한미일 3자 간 안보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는 미국 역시 한국 정부의 합의 파기 움직임을 반길 이유가 없다.
외교부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당초 2015년 합의 당시 생존자 46명 가운데 36명은 합의에 찬성했던 점으로 미뤄, 피해자 의견은 ‘합의 유지’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외교부가 합의 유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애당초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순간부터 일이 꼬여버렸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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