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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다” 동료들 대피시키다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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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다” 동료들 대피시키다 끝내...

입력
2017.12.25 17:4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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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직원 1명이 건물 오가며

화재 알리다 1층서 시신으로 발견

작업인부ㆍ소방관 등 14명 부상

고양터미널ㆍ동탄상가 화재처럼

근로자 용접작업 도중 발화 추정

당국, 안전규정 준수 여부 조사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5명의 사상자가 난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참사 악몽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크리스마스인 25일 또 다시 경기 수원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작업 인부 12명을 포함, 14명이 부상했다. 작업 인부들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위험의 외주화가 또 다시 재현됐다. 화재 원인 역시 무리한 용접 작업 등 부주의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회 전반에 퍼진 안전불감증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경기도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6분쯤 경기 수원시 이의동 광교신도시 내 SK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SK건설의 협력업체 한은ENC 소속 근로자 이모(29)씨가 숨졌다. 지상 1층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씨는 사고 당시 검은 연기가 번지자 “불이 났다”고 크게 외친 뒤 사무실과 지하 2, 3층을 오가며 동료들을 대피시킨 후 뒤늦게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모(46)씨 등 근로자 12명도 연기를 흡입,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해를 입은 사상자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출동한 장모(56ㆍ소방위)씨 등 소방관 2명도 양손에 1, 2도의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화재 당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사방으로 퍼지면서 현장에 있던 근로자 100여명과 인근 아파트 주민 일부가 긴급 대피했다. 이중 근로자 10명은 건물 14층 옥상으로 대피한 뒤 헬기와 구조대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화재를 목격한 한 주민은 “연기가 아파트 창문 전체를 뒤덮어 마치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즉시 큰불이 났을 때 발령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 헬기 6대와 펌프차 10대 등 장비 57대와 인력 120명을 투입해 오후 5시 23분쯤 불길을 잡았다.

조사 결과 불은 공사장 지하 2층에서 근로자들의 용접작업 중 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근로자 3명이 산소 절단기로 가설 철골 구조물을 해제하는 용접 작업 중에 옆에 쌓아 놓은 단열재 등에 불티가 옮겨 붙으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용적작업 중에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경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소 절단기 작업 중에는 불티가 튀는 것을 방지하는 덮개 등의 화재 예방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용접이나 용단 등 불꽃작업 중 화재는 2014년 1,048건, 2015년 1103건, 지난해 1,074건 등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실제 2014년 5월 9명이 죽고 69명이 다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와 지난 2월 4명이 목숨을 잃은 화성 동탄 아파트 단지 상가 화재도 용접작업 중 안전 소홀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다.

이번 화재도 용단 작업 중 불꽃의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안전규정 소홀로 인한 안전불감증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함께 당시 작업자들이 안전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은 SK건설이 1 지하 5층 지상 41층 2개동 규모의 오피스텔과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고 있는 곳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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