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전력공급장치 손상
성탄절 외출 나온 시민들 큰 불편
9~10월에도 운행지연 19차례나
운영사 “2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
개통 100일을 갓 넘긴 서울 첫 경전철 우이신설선이 전력공급장치 손상으로 반나절 넘게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복구 지연과 함께 시민 안내도 늦어져 크리스마스 외출 계획을 세웠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5일 우이신설선 운영사 우이신설경전철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4분 우이신설선 신설동역행 1004열차(13편성)가 솔샘역과 북한산보국문역 사이를 지나다 전차선(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선) 단전으로 멈춰 섰다.
운영사는 오전 6시 20분쯤 승객 40여 명을 북한산보국문역으로 대피시키고 모든 전동차 운행을 중단시켰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한동안 전동차 안에 갇혀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사고는 경전철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이 손상돼 발생했다. 우이신설선은 전력을 열차 상부 케이블로 공급 받는 중전철과 달리 열차 측면 구조물로부터 전력을 공급 받는다. 전차선 지지대와 전력공급라인 등 손상 부위를 확인한 운영사는 고장 차량 13편성을 구원차로 연결해 이송, 차량기지에 입고해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이날 열차 운행은 사고 발생 8시간 만인 오후 2시에 임시 재개됐다. 북한산우이역부터 솔샘역까지는 상하행선에 열차 3편이, 솔샘역에서 신설동역까지는 하행선(신설동역에서 솔샘역 방향)에만 열차 1편이 투입됐다.
일부 구간만 운행하다 보니 배차 간격이 벌어져 운영사는 12분 간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승객들은 30분 가까이 기다리기도 했다.
고장 상황에 대한 시민 안내도 낙제점이었다. 한 시민은 “솔샘역 승하차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와 승강장 근처까지 와서야 고장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상황을 미리 알려줬다면 차라리 버스를 이용했을 텐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운영사 관계자는 “자재를 고정하는 콘크리트 양생 작업에 시간이 소요돼 복구 작업이 늦어졌다”며 “26일 오전 5시 30분에 운행되는 첫 차부터는 정상 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에 따른 조치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우이신설선 구간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 운행 횟수를 늘렸다.
9월 2일 개통된 우이신설선은 서울 신설동역과 북한산우이역까지 13개역을 잇는 노선으로 2량짜리 전동차가 11.4㎞를 오가는 서울시 첫 무인 경전철이다.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7만 2,115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이신설선은 건설ㆍ운영비를 낮추기 위해 차폭을 줄이고 터널과 승강장도 작게 만들어 개통 초기부터 혼잡도 증가에 따른 안전 문제가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에 따르면 우이신설선은 개통일인 9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행 지연이 19차례 기록됐다. 신호설비 장애가 14건, 차량설비 장애가 5건이었다. 자유한국당 이성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개통 이후 3개월 간 서울시와 사업시행자에 접수된 민원도 458건에 달했다. 이 중 운행 관련 민원이 407건이었다.
이 의원은 “운행 지연으로 인한 불만과 지연 증명서 발급에 관한 민원이 많았다”며 “처음 운행하는 무인 경전철이다 보니 시행 착오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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