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미국을 지탱해온 가치인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면서, 미국 사회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하버드대 정치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밀레니얼 세대 중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42%에 불과하다”며 “이들 중 19%만이 자신을 자본주의자로 정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성장해 온 미국에서 이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이같이 낮게 나온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평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도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갤럽이 지난해 5월 2~4일 3일간 성인 1,5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64세와 65세 이상 응답자 중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비율이 각각 69%, 63%였던 반면 밀레니얼 세대인 18-29세는 이 비율이 5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밀레니얼 세대는 55%로 절반을 넘었으나 50~64세, 65세 이상은 이 비율이 각각 27%와 24%에 지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반(反)자본주의적이고 보다 진보 성향을 갖게 된 까닭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여론조사기관 책임자인 존 델라 볼프는 “청년들은 자신들에게는 경제적 기회가 제한돼 있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엘런대 재학생인 애나 가르시아는 “우리는 자본주의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반자본주의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 역시 높다. 지난 5일(현지시간) 하버드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응답자의 67%가 도널드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악대의 여론조사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78%가 ‘공화당의 세제 개편안은 주로 부자들에게만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버드대 정치연구소에서 매년 진행하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믿는 젊은이의 수는 지난 2년 동안 7%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대해 존 델라 볼프는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의 낙수효과를 믿지 않는다"며 "(현재 정치권은) 밀레니얼 세대가 촉발하고 있는 중요한 정치적 움직임에 직면해있다”고 분석했다.
권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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