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을 강타한 제27호 태풍 ‘덴빈(Tembinㆍ저울)’ 영향으로 수백 명이 숨지고, 섬 최대 도시인 다바오의 한 쇼핑몰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등 민다나오섬에 성탄절 악몽이 덮쳤다. 민다나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곳이다.
24일 필리핀 현지 매체 GMA와 외신 등에 따르면 홍수와 산사태 등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실종자 수도 160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섬 중앙을 횡으로 쓸고 가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으며, 재난 당국은 이재민 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해는 민다나오섬 서부 북라나오주에 집중됐다. 127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언,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산사태 등으로 도로와 통신탑 등이 소실돼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북라나오주는 지난 2013년 11월 초대형 태풍 ‘하이얀’이 강타, 사망ㆍ실종자 7,500여명이 발생한 지역이다. 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과의 전쟁도 벌이고있는 지역으로 이미 이재민 35만명이 발생했다. 덴빈은 이날 오전 필리핀을 벗어나 베트남으로 향했다.
한편 태풍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섬 최대 도시 다바오시의 NCCC 쇼핑몰에서는 전날 오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건물 안에 있던 콜센터 직원 등이 갇혔다. 파올로 두테르테 다바오시 부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당국을 인용해 37명의 실종자 명단을 올리고 “이들의 살아 있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적었다.
이 건물의 꼭대기 층에는 미국계 시장조사업체가 24시간 운영하는 콜센터가 입주해 있었으며, 이 콜센터 직원 일부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화재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그는 작년 6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20년간 다바오시장을 지냈으며, 이후 그의 딸(사라)과 아들(파울로)이 각각 시장과 부시장을 맡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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