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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

입력
2017.12.24 12: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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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의 기간 연장 논의에서 개헌안 도출 시점에 관해 대립하면서 국회의 개헌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방안을 찬성한 점을 들어 개헌안 도출 시점을 2월말로 확정하자고 주장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연말 사이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하며 개헌안 도출 시점을 특정하는 데에 반대한다고 한다.

국민의 눈으로 봤을 때,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시종일관 국회는 자신의 명목상 권한에 의지해서 마치 개헌에 관한 모든 권리를 갖고 있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개헌과 관련하여 국민과 정치인의 관심사도 많이 다르다. 거칠게 나눈다면, 국민은 기본권 규정의 개정과 보통선거권의 실질적 확보(비례대표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반해 정치권은 통치구조 개편에 관심을 쏟는다. 이로 인해 개헌과 관련해서 국민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개헌특위 연장 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개헌에 관한 여야의 1차적 잣대가 지방선거의 승리라면, 헌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헌법 개정은 국민의 뜻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당대 및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헌법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올 거라고 예견하는 상황이라면, 헌법 역시 바뀌어야 한다. ‘노동’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 즉 1987. 10. 27. 국민투표를 통해 개정되어 1988. 2. 25. 시행된 ‘87년 헌법’은 단일한 유형으로서 ‘근로자’를 전제하고 노동권 조항을 마련하였다. 87년 헌법 개정 당시 적어도 생산직 근로자들 사이에는 근무조건과 임금 등 측면에서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되고, 이들은 ‘구상(conception)과 실행(execution)의 분리’에 기초한 테일러주의적 통제가 이뤄지는 작업장에서 저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 아래 일하였다. 87년 헌법의 노동권 조항은 이런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확대된 노동3권을 부여함으로써 근로조건의 향상을 꾀하였다. 이후 노동조합 조직률이 확대되고 교섭력이 강화되면서 이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 상황은 급격하게 전환되었다. 개별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확대는 아무런 저항 없이 공공연하게 이뤄졌고,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은 기업 경쟁력의 강화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우리 경제의 활력도 약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이행 과정에서 비정규직 등 새로운 노무 제공 방식이 늘어나고 사회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각해질 거라고 모든 사람이 예상한다. 그럼에도 헌법 등 우리의 법제도는 이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87년 헌법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과 노동3권의 확대라는 기본권을 부여했듯이, 제10차 개헌을 통해 오늘날의 비정규직들에게 적절한 노동권을 부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상 기본권 규정은 추상적인 이론적ㆍ체계적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지나가고 새 조건이 출현하면 새로운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헌법은 그것을 규정해야 한다. ‘노동권’ 역시 사회 발전의 과정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작업에서 예외일 수 없다.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국회 등 정치권은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적어도 다음 30년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개헌 작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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