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회사서 “지금까지는 시작… 새 사업 구상” 밝혀
별도 연설서 “非사회주의 현상 섬멸전” 단속 예고
5년 만에 당 기층조직 책임자 소집해 3일간 행사
체제 결속 의도… 김여정 주석단 앉혀 위상 공식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동지들을 믿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막을 내린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 폐회사에서다.
2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전날 김정은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놓은 일은 다만 시작에 불과하며 당 중앙은 인민을 위한 많은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은 이번 대회가 “조성된 정세와 혁명 발전의 요구에 맞게 당 세포들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며 “당은 앞으로도 당 세포를 중시하고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계속 큰 힘을 넣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각급 당 조직들과 당 일꾼들은 우리 당의 당 세포 중시 사상과 방침을 깊이 새기고 모든 당 세포를 충성의 세포, 당 정책 관철의 전위대오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혼심을 다 바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우리 앞에는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놓여 있지만 당에 충실한 핵심들이며 당 정책 관철의 전위투사들인 수십만 세포위원장들과 수백만 당원들이 있기에 당 중앙은 마음이 든든하다”고 거듭 격려했다.
폐회사에 앞서 김정은은 ‘당 세포를 충성의 세포, 당 정책 관철의 전위대오로 강화하자’라는 제목의 별도 연설을 하기도 했다. 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셨다”고 치켜세웠다.
연설에서 김정은은 “지금 미제와 적대 세력들이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고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들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조장시키기 위해 책동하는 목적은 우리 내부에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을 조성하여 당에 대한 신뢰를 허물어버리고 사상의식을 마비시켜 우리식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데 있다”며 “전당의 모든 당 조직들과 당 일꾼들이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 높게 벌려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법 기관들에서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사소한 요소에 대해서도 계급적으로 예리하게 대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저애(저해)하고 해독적 작용을 하는 위험한 행위에 대하여서는 강한 행정적,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법적 조치를 지시한 셈이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은 도박이나 사기, 성매매 등 일반 범죄뿐 아니라 고리대 등 불법 영리 활동, 미신 행위, 서구식 복장, 한국가요 애창 및 영화 시청 등이 두루 포함된다.
대대적 부정 단속 작업을 위해 당 기층조직 손질에 나설 방침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아직도 당 세포들의 사업 기풍과 실천력, 활동성은 당 중앙이 요구하는 높이에 따라서지 못하고 있다"며 당 세포 구성원들 사이에 퍼진 패배주의ㆍ보신주의 현상을 지적한 뒤 “당에 대한 충실성이 높고 실천력이 강하며 품성이 좋고 대중의 신망이 있는 핵심 당원들로 세포위원장 대열을 튼튼히 꾸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향후 당 세포위원장의 세대교체를 시사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영광스러운 우리 당 역사에 특기할 조선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가 자기 사업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12월 23일 폐막되었다”고 전했다. 당 세포는 5~30명으로 구성되는 노동당의 최말단 조직으로 세포위원장은 이 조직의 책임자다. 북한이 세포위원장들을 소집해 대회를 연 건 2013년 1월 제4차 세포비서(당시 명칭) 대회 이후 근 5년 만이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당 기층조직 단속을 통해 체제 결속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21일 대회 개회사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행사장 주석단 맨 앞줄에 앉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여정이 공개 행사에서 주석단에 착석한 건 처음이다. 높아진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자리 배치로 미뤄 김여정이 ‘10위권 실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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