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지역을 강타한 제27호 태풍 ‘덴빈(Tembin)’의 영향으로 최소 182명이 사망했고 153명이 실종 상태라고 필리핀 경찰이 밝혔다.
25일 AFP통신이 인용한 필리핀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을 가로지른 덴빈이 일으킨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는 18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전히 실종자도 153명이나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4만명 이상이 긴급 피난소로 대피했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재민이 최소 7만명이 넘는다.
특히 민다나오섬 북부 지역인 라나오델노르테(북라나오)ㆍ라나오델수르(남라나오)주의 피해가 컸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127명이 숨졌고 72명이 실종 상태다. 주로 강가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라나오델노르테주 사파드시의 란도 살바시온 경찰서장은 “민다나오섬은 평소 태풍의 영향을 받는 일이 거의 없어 강가에 있는 주민들이 갑작스런 홍수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나오델노르테ㆍ라나오델수르주는 필리핀 내 무슬림 다수 거주구역이다. 미국 CNN방송은 가능한 한 사망자를 서둘러 매장해야 하는 이슬람교 풍습에 따라 주민들이 태풍이 채 지나기도 전인 23일 오후부터 서둘러 매장 의식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한 반군무장단체 마우테의 점거와 계엄군의 섬멸 작전으로 피해를 입고 회복 중인 마라위 역시 태풍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는 많았다. 희생자 가운데는 섬 서부 파야오시에서 산사태에 휩쓸린 4세 아기, 북부 부투안시에서 거친 비바람에 감옥의 지붕이 주저앉으면서 그대로 사망한 수감자 등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불과 일주일 전 태풍 ‘카이탁’이 중부 필리핀을 지나치며 사망자 54명, 실종자 24명이 발생한 데 이어 또 다시 태풍이 덮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해리 로크 대변인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시점에 태풍이 또다시 들이닥친 건 불행한 일”이라며 피해 지역에 정부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태풍 덴빈은 24일 밤 필리핀 서부 팔라완주 남단에 있는 발라박 섬을 지나쳤으며, 26일 오전에는 베트남 남동부 해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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