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분노”
자택서 테러 결심 이유 적은 편지 나와
성탄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인 피어 39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하려 한 혐의로 미 전직 해병대원이 체포됐다. 그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테러 시도의 직접적인 동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결정이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발견됐다.
22일(현지시간)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병대 출신인 에버리트 애론 제임슨(26)을 최근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했다. 제임슨은 지난 10월 말 뉴욕 맨해튼 트럭 돌진 테러와 비슷한 수법으로 성탄절(25일)에 테러를 일으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FBI는 제임슨으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크리스마스에 피어 39 주변에서 테러를 하려 했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은 뒤, 이 내용을 기록한 프레스노 연방지법에 11쪽짜리 진술서를 제출했다.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 대변인은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 지역에 현존하는 테러 위협은 없다”고만 말했다.
제임슨은 해병대 시절 전문 저격수 훈련을 받았으며, 피어 39에서 폭탄을 터트린 뒤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계속해서 살상을 저지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FBI 조사에서 그는 지난 10월 31일 뉴욕 로어 맨해튼 자전거 도로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와, 2015년 샌버더니노 인랜드 리저널 센터 총기 난사 사건을 결합하는 방식의 테러를 준비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어 39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로는 “크리스마스에 인파가 가장 몰리는 지역이라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FBI는 지난 9월 제임슨이 페이스북에 IS의 활동을 찬양하는 글을 오리고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있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첨부하는 등 ‘성탄절 테러’를 계획한 정황을 포착, 그에 대한 내사를 벌여 왔다. FBI 위장요원이 인터넷을 통해 그와 교신한 뒤, 실제로 만나 테러 계획을 확인했다고 한다. 진술서에는 제임슨이 지난 16일 FBI 위장요원에게 “대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FBI는 이후 캘리포니아 북동부 내육인 머데스토에 있는 그의 자택을 덮쳐 그를 체포하고 테러 관련 증거물도 확보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에 분노, 이번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도 제임슨의 집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한 달 전쯤 유서를 남긴 그는 집안에 총기류 3점과 다량의 탄약 및 폭약도 준비해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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