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의 일부 술집 화장실에 여성을 범죄 피해자로 묘사한 듯한 가림막 등이 설치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가 된 술집들의 인테리어는 모두 같은 업체가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에서는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공중화장실 이용에 대한 여성들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여성을 범죄 피해자로 묘사한 건 적절치 못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인스티즈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 인근의 일본식 선술집 A매장에 설치돼 있는 화장실 가림막 사진이 올라왔다. 가림막에는 여성과 남성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소변을 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벽에는 한 남성이 매달려 여성의 은밀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범죄를 저렇게 당당하게 (그려놔도 되느냐)”라며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면 저럴까”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미개한 행동인데 왜 자꾸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경악스럽다”, “싫다”, “범죄를 조장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이 가림막이 있는 술집 인테리어는 서울 서교동에 있는 B디자인업체가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B업체가 인테리어를 맡은 다른 술집에도 이와 비슷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는 것.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10월 홍대의 또 다른 일본식 선술집 C매장에서 촬영했다는 화장실 안내판 사진을 공개했다. 칼을 든 남성이 샤워 중인 여성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래에는 영어 ‘사이코(Psycho)’가 적혀 있었다. 영국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1960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 등장하는 ‘샤워장 살해 장면’을 따라한 것으로 보였다. 이 트윗과 사진은 4,000회 넘게 공유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뭇 여성들이 공중화장실 이용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을 몰래 카메라나 살인의 피해 대상처럼 묘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화장실 몰카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이게 재미로,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범죄를 걸어 넣은 꼴”이라며 “더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B업체 관계자는 22일 “A, C매장은 우리가 인테리어 한 게 맞다”며 “A매장 가림막은 술집 분위기에 맞게 재밌게 연출하려 했을 뿐이다. 또 (가림막) 디자인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걸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매장 안내판은 우리가 설치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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