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남극은 여름이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를 만큼 공기가 따뜻하고 해빙이 녹아 바다가 드러난다.
세종기지 인근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 나레브스키 포인트(Narebski point)에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5,000쌍이 모여 번식을 시작했다. 짝짓기를 마친 펭귄 부부는 작은 돌을 쌓아 배를 깔고 엎드리면 딱 맞을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두 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번갈아 가며 따뜻하게 품어준다.
이번 주에 많은 젠투펭귄 둥지에서 새끼들이 태어났다. 갓 부화한 새끼는 짙은 회색빛 솜털로 덮여있고 눈이 거의 감겨 있다. 부리 끝에 희고 뾰족한 난치(Egg tooth)가 있다. 난치는 부리 위에 돌기 모양으로 형성된다. 약 35일간 알 속에서 자란 새끼 펭귄은 단단한 난치를 이용해 껍질을 깨고 나온다. 껍질 밖 세상으로 나온 새끼는 이제 폐로 숨을 쉬며 음식을 섭취한다. 당장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 먹지 않더라도 복부에 남아있는 난황으로 버틸 수 있지만 1,2일내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새끼 펭귄은 병아리 울음 같은 소리를 내며 부모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펭귄의 경우암컷과 수컷이 육아의 부담을 동등하게 갖는다.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바다에 나가 뱃속 에 먹이를 담아온다. 이를 어린 펭귄이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토해 놓는다. 새끼 펭귄들은 소리를 내며 부모 펭귄의 부리 끝을 쪼는 듯한 행동을 한다. 그러면 부모펭귄들은 고개를 기울여 반쯤 소화된 반죽 형태의 먹이를 조심스럽게 부리로 전달한다. 가끔 너무 많이 주려다가 먹이를 흘리기도 한다. 그렇게 바닥에 흘린 먹이를 가져와 살펴보니 대부분 남극 크릴새우(Antarctic krill)였다.
펭귄 부모가 바쁜 만큼 펭귄의 번식 상황을 확인하고 행동 반경을 연구하는 나도 바빴다. 갓 태어난 새끼의 체중을 달아보았더니 약 100g 정도였다. 하지만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 먹기 시작하자 하루에 50g 가량 증가했다. 어떤 새끼 펭귄은 불과 1주일 만에 무게가 400g 가까이 나갔다.
펭귄들 가운데 세심하게 몇 쌍을 골랐다. 우선 새끼들의 발육상태가 좋은지 확인했다. 그 다음에 깃털 빛깔이 좋고 덩치가 커 보이는 부모 펭귄들을 골랐다. 그렇게 고른 펭귄 부모들에게 초 단위로 위치를 저장하는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했다. 고가의 장치를 회수해 저장된 정보를 파악하려면 바다에서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 돌아올 만한 펭귄들을 골라야 한다. 이렇게 기록된 위치정보는 펭귄들이 어디에 가서 남극 크릴새우를 잡아먹는지 알려준다.
지금 남극 바다에 추적기를 달고 있는 젠투펭귄들이 헤엄치고 있다. 무사히 조사가 진행되면 이번 번식철이 끝날 즈음 펭귄들의 먹이 섭취 지역이 어떻게 변했는지, 성공적으로 새끼들을 잘 키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남극 세종과학기지=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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