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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아내와 같은 건물 있었는데…” 생존 남편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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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아내와 같은 건물 있었는데…” 생존 남편 통곡

입력
2017.12.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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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탈출했을 거라 믿고 다른 사람 구조에 나서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아내 전화

유리창만 빨리 깼어도…

제천 화재로 사망한 장모(64)씨 아들 김모(37)씨가 21일 화재 당시 어머니와 통화한 기록을 보여주며 "유리창만 빨리 깼어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진구 기자
제천 화재로 사망한 장모(64)씨 아들 김모(37)씨가 21일 화재 당시 어머니와 통화한 기록을 보여주며 "유리창만 빨리 깼어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진구 기자

“당연히 집사람이 먼저 탈출했을 줄 알고 저도 빠져 나왔는데…”

21일 오후 2시 50분쯤 아내와 함께 헬스장을 찾았다 화재로 아내 장모(64)씨를 잃은 김모(64)씨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도착한 지 50분쯤 지났을까, 불이 났다는 것을 알고 뛰쳐나가던 중 아내가 앞서가고 있는 것을 봤기에 ‘아내가 무사히 탈출했을 것’이라는 데 한치 의심도 없었다.

헬스장이 있는 4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니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여성들이 보였고, 김씨는 이들을 구조해야겠단 의무감에 6, 7명 여성을 창 밖으로 던져 탈출을 도왔다. 순식간에 연기가 그를 덮치며 정신이 몽롱해졌고 ‘죽는구나’ 싶을 때쯤 그도 창 밖으로 뛰어 내렸다.

바깥으로 나와 당연히 탈출했을 것이라 믿었던 아내에게 전화를 했으나 “망치로 유리를 깨려는데 안 깨진다”고 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을 향해 “(아내가 있는) 5층 여자탈의실 쪽 창문을 깨주세요. 집 사람이 안에 있어요. 살려주세요” 외쳤다. 아무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아내는 오후 8시 13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장씨 아들 김모(37)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했다”고 전하며 “유리창을 깨 달란 말만 들어줬어도”하며 억울함을 표했다.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 29명이 부상(22일 낮12시 기준)했다. 사망자는 서울병원장례식장, 명지병원장례식장, 제일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보궁장례식장 등에 분산 안치됐다.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이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눈 앞에서 아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김씨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장례식장 곳곳에서 오열과 통곡으로 터져 나왔다.

22일 오전 9시 40분쯤 화재로 사망한 최모(46)씨 영정사진이 명지병원장례식장에 도착하자 20여명 가족들은 고인을 부르며 통곡했다. 최씨는 낮에는 급식소에서 조리 일을 하고, 밤에는 남편과 함께 대리운전을 하며 알뜰살뜰 살아왔다. 고인 시어머니는 “열심히 살던 막내 며느리가 이렇게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화재 직후 아내와 통화를 했다는 남편은 “전화 도중 아내가 쓰러졌는지 아무 말이 없더라, 전화를 차마 끊을 수가 없었다”며 “다음달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에서 4년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첫째는 두 명의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휴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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