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문으로 진입하다 참변
긴급한 상황 안전장비 못갖춰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던 30대를 구하려고 아파트 외벽을 타고 방안에 들어가려던 경찰관이 9층 아래로 추락,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대구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9시 20분쯤 대구 수성구 수성4가 한 아파트 9층에서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소속 정연호(40) 경사가 떨어져 경북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22일 오전 2시47분쯤 숨졌다.
정 경사는 21일 오후 8시11분쯤 A씨(30)의 부모로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는)아들이 번개탄을 사 가지고 들어왔으니 조치를 해 달라"는 112 신고를 받고 같은 지구대 한모 경위와 함께 출동했다.
정 경사는 방에 들어가 A씨와 어머니를 상대로 30분 가량 상담에 응했으나 A씨가 갑자기 일어나 동생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어 A씨가 방안에서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정 경사는 A씨가 투신을 하려는 것으로 판단, 아파트 외벽 창문을 통해 잠긴 방안으로 들어가려다 그만 발이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졌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정 경사를 응급조치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정 경사는 이튿날 새벽 숨졌다.
같은 지구대소속 경찰관들은 “정 경사는 평소 건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신중한 일처리로유명한데, 긴급한 상황으로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처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진입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지난 20일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부근에서 고교생 2명과 함께 보이스피싱 용의자를 붙잡기도 했다.
2006년 12월 경찰에 입문한 정 경사는 지난해 1월 현재 범어지구대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 아내와 6살 난 아들, 노모가 있다.
경찰은 대구경찰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영결식은 24일 오전 8시30분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치를 예정이다. 또 정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다.
정 경사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수성요양병원장례식장에는 동료경찰관과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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