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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먹은’ 트럼프

입력
2017.12.22 08: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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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수도 반대 유엔 결의안

128 vs 9 압도적 표차로 통과

“美의 무모한 행동에 중동 불안”

北 자성남, 표결전 이례적 연설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뉴욕= EPA 연합뉴스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뉴욕= EPA 연합뉴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반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반대하는 투표시 원조 중단까지 시사하며 압박했으나 입김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유엔총회는 21일(현지시간) 오후 특별 본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128개국이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9개국이 반대했다. 35개국은 기권표를 던졌고, 21개국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엔총회의 일반 안건 결의안은 표결 참가국 중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 상당수도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토고 등 9개국이었다.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은 기권했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결의안 표결에 앞서 이례적으로 연설을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 대사는 이날 총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모하고도 고압적인 행동에 중동의 긴장과 불안정화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려는 데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결속된 의사와 국제적 정당성에 대한 모욕이자 세계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최종적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데 대한 비판 성격의 결의안이다.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서 안보리 표결에서도 미국을 제외하고 상임ㆍ비상임 이사국 14개국이 결의안 채택에 찬성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유엔 회원국들에게 노골적으로 재정 지원 중단까지 시사하며 엄포를 놓았으나, 미국의 체면만 구긴 셈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고 엄포를 놓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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