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초동 대응
다급해지자 청소업체 차량까지 동원
추가로 50m 고가차도 투입시켜
건물 주변 주차된 차량들 탓
소방차 초기 진입 늦어져
이번 참사도 인재였다. 특히 화재 초기 미숙한 소방당국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도소방본부와 화재 목격자들에 따르면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현장에 소방서측이 동원한 장비는 굴절차(고층건물 구조용 사다리차) 한 대와 고가차 한 대가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굴절차는 고장이 나 제대로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21일 오후 3시 53분쯤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복합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오자 제천소방서에서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소방서측은 약 27m 높이의 굴절차 한 대만 현장에 보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구조 작업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안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구조 작업이 지연되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급해진 소방당국은 인근 단양소방서에 긴급 요청해 굴절차 한 대를 지원받고, 마침 인근에서 작업을 하다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외벽 청소업체 소유 사다리차의 도움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8층 베란다로 피신했던 남성 3명은 이 청소업체가 구조했다. 이들을 구조한 업체 대표 이양섭(54)씨는 “지인으로부터 건물 외벽에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급수밸브가 터지면서 한동안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목격자는 “소방 장비가 제대로 작동 안돼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주민은 “사우나 안에 지인이 갇혀 있어 ‘연기가 많으니 빨리 유리창을 깨 구조해 달라’고 했지만 불이 다 번질 동안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비 부족과 노후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였다. 화재 지역을 관할하는 제천소방서는 사다리를 갖춘 고가차 1대ㆍ굴절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제천지역 아파트가 69개소, 복합건축물 97개소 등을 고려할 때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화재 현장의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초기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난 건물은 충북 제천에서 가장 크고 인기도 높은 복합스포츠 센터로 유명하다. 이 건물은 제천의 신시가지로 떠오른 하소동의 중심지에 2011년 7월 완공됐다. 이곳은 논·밭 등 허허벌판이었다가 주변에 아파트가 속속 건립되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신개발지로 떠올랐다. 이런 개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유동인구와 교통량에 비해 도로 폭이 좁아 만성적인 정체를 일으켰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한 폭 8m를 확보하지 못해 출동 초기에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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