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재 교수, 사재로 생필품 선물
제자 20여명은 300세대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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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42.195㎞의 마라톤과 같습니다. 뛰어본 사람들만이 하이러너의 희열을 느낀다고 하지요. 기부는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들은 더 행복합니다. 또 하면 할수록 그 행복의 쾌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21일 전북 군산시 나운3동에서 산타클로스 활동을 펼친 주종재(61) 군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기부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의 곳곳으로 더 멀리 퍼져 아름다운 중독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날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년소녀 가장 등 300세대를 찾아 성탄 선물을 전달했다. 2,000여 만원의 사재를 털어 준비한 전기장판 100개, 행복꾸러미(15㎏) 200여개 등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주 교수의 제자들이 동참해 사제동행의 의미를 더했다. 식품영양학과의 2~3학년생 20여명이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나와 선물박스를 일일이 배달했다.
학생들은 전날도 밤늦게까지 주 교수와 함께 행복꾸러미를 챙겼다. 라면 5개와 부침가루(1㎏), 참치캔, 참기름, 미역, 김 등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박스를 꾸렸다.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1년 전 아버님의 유지를 실천한 게 제 기부 열정을 끌어 낸 것 같아요.”
주 교수의 아버지는 2년 전 암 투병하다 지난해 초 숨졌다. 본인이 힘들어 하면서도 “나 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했다. 그 뜻을 살려 주 교수는 지난해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여원을 쾌척했다. 군산지역의 7번째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회원이다.
이후 관심을 갖고 쳐다보니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응달 진 곳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주 교수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한 겨울에 온기 없는 방에서도 생활하고, 끼니를 제대로 못 잊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 밝고 따뜻한 웃음을 찾아주는 햇살처럼 작은 선행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오선경(3년) 학생은 “산타클로스가 돼 어려운 이웃에 선물을 전달하는 내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기부 행렬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군산=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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