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추행ㆍ컴퓨터서 포르노 발견
메이 총리 입지 더욱 좁아질 듯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최측근인 데미안 그린 부총리가 20일(현지시간) 성추문 논란 끝에 사퇴했다. 정부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법안이 지난주 여당(보수당) 의원들의 반발로 의회 통과에 실패하며 타격을 받았던 메이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양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그린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린 부총리는 메이 총리와 동갑(61세)이자 동문수학(옥스퍼드대)한 측근으로 메이 내각에서 고용연금장관을 지내다 지난 6월 총선 패배 후 내각 안정을 위해 부총리로 등용됐다. 메이 총리는 서신을 통해 “그는 대학시절부터 정계에 몸담고 있는 지금까지 함께 일해왔던 친구였다”며 “그의 사표를 수리해야 하는 것이 매우 슬프지만 국민이 정치인에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에 대한 내 생각에 그도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린 부총리는 2015년 한 술집에서 보수당 여성활동가 케이트 몰트비(31)의 무릎을 만지고 이듬해 성적인 암시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내각 사무처의 조사를 받았다. 내각 사무처는 몰트비 주장이 결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그린 부총리가 보수당 예비내각에서 이민장관을 맡고 있던 2008년 컴퓨터에서 포르노가 발견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내각 사무처는 “‘컴퓨터에 포르노가 있는 것을 몰랐다’는 그린 부총리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됐고 이는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린 부총리는 최근 두 달 사이 메이 내각에서 세번째로 사퇴한 각료로,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그의 사임은 총리에게 결정타(major blow)가 됐으며, 내각 일부 인사들은 총리가 직무를 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됐다”고 보도했다. 후임자 선정도 메이 총리에게는 난제로 인디펜던트는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법안이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시점을‘2019년 3월 29일’로 명시한 것과 관련, 이 날짜를 명시한 것을 유지하되 내각에 날짜를 고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리버 레트윈 등 2명의 여당의원이 브렉시트 날짜를 못 박고 EU와 협상을 벌이는 일은 스스로 손발을 묶은 채 협상하는 꼴이라며 브렉시트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EU 탈퇴법안 수정안을 제출했다. 메이 총리가 이에 다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