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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물산 합병 가이드라인’ 바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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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물산 합병 가이드라인’ 바꾼 이유는?

입력
2017.12.21 17:5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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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순환출자 강화로 해석

공정위 실무진이 제시했던

매각 주식량 축소해 결정

이번엔 법리적 해석 달리해

새 순환출자 고리로 보고

주식 전량 매각 결정 내려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 가이드라인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고 ▦가이드라인의 내용 측면에서도 법리적 해석의 ‘오점’이 확인됨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분 주식수 1,000만→900만→500만주…외압 의혹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3개)가 더 공고해지면서 같은 해 12월 처음으로 제정ㆍ발표됐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A가 B로, B는 C로, C는 다시 A로 자본금을 출자, 계열사간 지분관계가 ‘고리’ 모양으로 얽힌 지배구조를 일컫는다. 2014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기존 순환출자 인정)는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계열사간 합병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가 변동하는 경우에 대해선 해석이 분명하지 않았다. 이에 삼성 측은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당초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공정위 실무진은 삼성그룹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삼성전기 소유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등 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내부 논의 과정에서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는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실무진은 다시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 전량(904만2,758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전원회의 과정에서 최종 처분 주식수는 500만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삼성SDI는 2016년 2월 삼성물산 보유주식 500만주를 7,65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청와대에 로비해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수가 904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도 지난 8월 이 부회장 1심 판결문에서 공정위에 대한 삼성의 로비가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당시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여러 접촉을 했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 강화냐, 신규 순환출자 형성이냐

공정위는 외압 의혹과 더불어 기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순환출자 문제에서 핵심 쟁점은 ①‘옛 삼성물산(합병 소멸법인)→삼성전자→삼성SDI(고리 밖의 합병 존속법인인 제일모직 지분 보유)→삼성물산’의 고리가 합병 후 ②‘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으로 바뀌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다.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옛 삼성물산)과 고리 밖 존속법인(옛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경우 ②의 고리가 순환출자 ‘강화’의 성격을 띠는지 아니면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강화로 해석하면 순환출자가 두터워진 ‘부분’(주식 일부 매각)만 해소하면 된다. 신규로 보면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고리 자체(주식 전량 매각)를 끊어내야 한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로 봤다. 이에 따라 처분 주식수는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500만주)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합병으로 인해 고리 밖의 새로운 회사(존속법인 제일모직)가 고리 안으로 새롭게 들어온 신규 순환출자로 해석했다. 이에 삼성 측이 처분해야 할 주식수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904만2,758주)으로 변경됐다. 이는 2015년 당시 공정위 실무진이 제시한 의견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공정위 실무진 의견(900만주 처분)으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일관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리 밖의 존속법인이 고리 내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며 “외부 경쟁법 전문가의 의견도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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