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손호준에게 ‘응답하라 1994’(응사)는 지울 수 없는 숙제 같았다.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을 뿐 아니라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4년여 만에 KBS2 종영극 ‘고백부부’로 인생 작을 경신했다. 손호준의 진가를 확인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38세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20세 대학생을 넘나들며 최반도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마진주 역의 장나라와 현실감 넘치는 부부 연기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타임슬립 우려를 딛고 호평이 쇄도했다.
“권혜주 작가님 덕분이다. 대본을 자세하게 써줘서 연기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병훈 PD도 디렉팅을 워낙 잘해줬다. 나라 누나를 비롯해 (허)정민, (이)이경. (장)기용, (한)보름, (조)혜정이 등 동료 배우들과 호흡도 최고였다. 친구들이 ‘드라마 보고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아내랑 여행가기로 했다’ 등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 뿌듯했다.”
-영업직 회사원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주위에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친형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반도는 대한민국 가장의 모습을 대표한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아버지만 봐도 반도의 모습이 많이 있더라. 가장의 무게, 책임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극중 스무 살로 타임슬립했다. 실제라면.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 극단에서 연극할 때 정말 재미있었다. 공부의 재미를 한 번 느껴보고 싶다. ‘공부를 잘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막상 돌아가면 공부의 재미를 느낄지 모르겠지만(웃음)….”
-반도는 버킷리스트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10년 후 상상해보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부모님이 정말 예쁘게 산다. 누가 봐도 엄마가 잘못했는데 나랑 싸우면 아빠는 항상 엄마 편을 들었다. 나도 내 편을 만들고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 생각이 커졌다기 보다 사랑 받는 사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부부 사이에는 대화를 많이 하고 싸우면 바로 풀어야겠다 등을 많이 배웠다.”
-가장 공감한 에피소드는.
“반도가 진주한테 ‘나도 장모님 보고 싶었다’면서 우는 장면이 있었다. ‘너만 어머니를 잃은 게 아니라 나도 사랑하는 장모님 잃었다’고 할 때 너무 슬펐다. 반도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친구다. 장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진주한테 큰 상처를 줬는데, 18년 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꺼낼 때 너무 서러웠다.”
-박원장(임지규) 아내 김예림(이도연)과 케미도 좋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서른여덟 살 반도가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을 때 대학생으로 타임슬립 하지 않았냐. 예림 선배는 부잣집 딸이니까 ‘나도 부자로 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더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할 수 있는 생각 같다.”
-진주의 첫사랑 남길 선배(장기용)과 연적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누군가와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여자라면 선의의 경쟁을 했을 것 같다. 남길 선배보다 나은 점? ‘역시 내 남편’ 아니겠냐. 18년 동안 같이 살아서 누구보다 진주에 대해 잘 안다. 진주도 누구보다 편한 게 반도였다.”
-만약 진주가 현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진주가 20대에 남겠다고 했어도 수긍했을 거다. ‘내 머릿속에 꽉 찬 아들보다 심장 같은 네가 더 소중해’라고 하지 않았나. 아들 서진이를 포기하는 건 반도가 모든 걸 포기하는 건데 진주한테 ‘어머니랑 여기 남으라’고 한 건 진주의 행복을 바란 거다.”
-‘고백부부’ 시즌2를 한다면.
“제작진과 자세한 얘기를 나눈 건 없다. 반도랑 진주가 과거로 가서 애틋함을 느끼고 돌아와 해피엔딩을 맞았는데 시즌2가 가능할까 싶다. 제의가 오면 당연히 하는 게 맞다. ‘응사’ 신원호, ‘삼시세끼’ 나영석, ‘고백부부’ 하병훈 PD는 나중에 도움 드릴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꼭 빚을 갚고 싶다. 많은 도움을 받아서 부르면 가야 되는 게 맞다.”
-‘응사’ 해태vs‘고백부부’ 반도 중 더 가까운 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반도에 대해 공감을 많이 했다. 나도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웃음). 친구들과 있을 땐 또 다른 모습이 있다. 다중이인가?”
-2007년 타키온으로 가수 활동도 잠시 했다.
“가수 활동을 한 게 아니다(웃음). 당시 소속사에서 프로젝트 앨범을 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중에 가수 역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많은 경험을 해보는 건 좋지 않냐. 한 번 활동하고 사라졌다. 실제로는 노래를 못한다. OST 참여나 가수 활동 욕심은 전혀 없다.”
-연기가 물이 올랐다.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반도가 서영(고보결)이한테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는 건 어떠냐. 좋아하는 일이 되지 않냐’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 지금 내가 딱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명시절 조그마한 역 맡아도 연기가 재미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영화 하나 출연하면 50만원 정도 받을 때였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 술을 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인터뷰] 손호준 '인생작 '고백부부' 시즌2도 OK'
[E-핫스팟] '슬픔 속 발인'..故종현 가는 길, 한파도 못 막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