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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심사평/ 함께 춤추게 만드는 그림책... 해방감을 만끽

입력
2017.12.21 09: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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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서현 지음, 사계절 발행
간질간질. 서현 지음, 사계절 발행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는 모두 134종의 책이 응모되었다. 어려운 출판 환경 때문에 전반적인 출간 종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응모를 놓친 작품도 여럿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모작 가운데는 논픽션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종합적인 역량이 투입되어야 하는 규모 있는 기획들이 줄어들었고 동화와 청소년문학 쪽에서는 압도적인 걸작을 꼽기 힘들었다. 여전히 그림책은 강세였으며 힙합, 반려동물 기르기 등 달라진 문화 생태계를 반영한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림책부터 청소년도서까지 한 부문에서 살피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제출되었다.

본심에서는 53회 수상작을 냈던 백희나의 밀도 높은 신작 ‘알사탕’, 리듬감 넘치는 이미지로 어린이 독자를 춤추게 만든 서현의 ‘간질간질’,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그림책 본연의 행복을 일깨워준 김상근의 ‘두더지의 소원’, 잊기 쉬운 노동의 가치를 생동감 넘치는 춤사위로 연결한 정인하의 ‘밥. 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힙합의 정신과 양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J1의 ‘4GO뭉치’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 권 한 권 장점이 분명하고 어른과 어린이에게 두루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림책 ‘간질간질’은, 그림책은 정적이라는 통념을 깨고 등장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 춤을 추면서 닮은 친구를 만나고 자신들을 괴롭히는 학교 폭력 가해자, 따분한 문제집, 권위를 내세운 명령을 거부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이 산 넘고 바다 건너 돌진하게 만든 힘은 나를 닮은 친구들이며, “나들아, 춤을 추자!”로 표현되는 신나는 연대의 구호다. 자기들만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군무의 장면은 매우 통쾌하다. 비좁고 갑갑한 실내 공간을 벗어나 아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내고 타이포그래피를 악기처럼 활용하며 공감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책이 선사하는 자유로운 해방감이야말로 어린이책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보아 올해의 수상작으로 ‘간질간질’을 선정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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