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 선발전 부진에도 출전 자신
“평창서 세번째 올림픽 금메달 도전”
겨울 스포츠 최고의 스타이자 스노보드의 전설 숀 화이트(31ㆍ미국)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자신했다. 화이트는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50일 앞둔 20일 오전 본보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콜로라도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올림픽은 매우 특별한 무대이기 때문에 평창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설렌다”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에서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는 화이트는 스노보드 역사의 산 증인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슬로프를 보트를 타고 내려오며 공중 점프와 회전, 착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설원 위 서커스’라고도 불리며, 화이트는 ‘스노보드의 마이클 조던’으로 통한다.
평창 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을 한창 치르고 있는 화이트는 아직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15일 2차 선발전에서 경기 중 넘어져 14위에 그쳤다. 1차 선발전 때는 3위에 올랐다. 올림픽 출전권은 4차 선발전까지 치러 점수 합계 상위 3명에게 돌아가는데, 화이트는 현재 4위에 자리했다. 아직 두 차례 대회가 남았지만 화이트의 평창행 가능성은 매우 높다. 순위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코칭스태프가 사용할 수 있는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화이트에게 쓸 수 있다.
화이트는 “2차 선발전 당시 결선에 오르지 못해 좌절했지만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갈 수 있다”며 “미국 대표팀도 내가 평창에 가는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당당히 선발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한국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2월 테스트이벤트 대회 출전을 위해 평창 땅을 밟았던 화이트에게 한국은 친숙한 나라다. 화이트는 “어머니와 이모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면서 “한국 드라마에 중독됐다. 매일 영어 자막으로 본다. 나 못지 않게 가족들이 한국행에 설레고 있다”고 웃었다. 지난 방문 때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슈트, 재킷, 얼굴 마스크, 선글라스 등 쇼핑 세계에 푹 빠졌던 그는 “강남도 매운 흥미로운 장소이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며 “한국식 바비큐와 김치도 먹었는데, 평소에 알던 김치보다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여섯 살에 보드를 즐기면서 타기 시작한 스노보드는 7세 때 후원사(버튼 스노우보드)가 생길 정도로 ‘천재’ 소리를 들었다. 열세 살에 본격적으로 프로 스노보더의 길을 걸어 14세 때 US그랑프리에서 준우승했다. 그리고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내리 목에 걸었고 2012년 익스트림 스포츠를 겨루는 동계 엑스(X) 게임에서는 스노보드 사상 첫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연간 수입은 2,000만달러(약 216억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는 450만명에 달한다.
화려한 회전 동작으로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화이트는 고난도 연기에 도전하느라 늘 부상과 싸웠다. 올해 9월 뉴질랜드에서 연기 도중 다쳐서 병원에 실려갔고, 10월엔 연습을 하다가 7m 높이에서 얼굴부터 떨어져 이마와 입술을 62바늘이나 꿰매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화이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걱정 말라”며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로 돌아오겠다”고 강한 복귀 의지를 보였다. 또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한 살이 되기도 전에 두 차례 심장 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이를 이겨내고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스토리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창 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평가 받는데 최근 근황을 소개해달라.
“컨디션은 정말 좋다. 지금 콜로라도에서 다음 대회를 위해 훈련 중이다(남은 미국 대표 선발전은 1월 11~14일(콜로라도), 18~21일(캘리포니아)에서 열린다). 하프파이프를 훈련하고 있는데 날씨가 아주 좋다.”
-지난 10월 뉴질랜드에서 훈련 도중 다쳐서 62바늘이나 꿰맸는데.
“지금은 좋다. 입술에 상처가 아직 있는데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 그 부상은 끔찍했다. 피가 철철 흘렀다. 하지만 회복에 오래 걸리는 종류의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여전히 정상 훈련을 소화할 수 있고,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그 점에 있어서 기쁘다. 훈련하다 박아서 입술, 코, 이마를 다치는 심각한 사고였지만 어쨌든 지금은 보드를 잘 탈 수 있다.”
-미국 대표 2차 선발전에서 부진했다.
“난 자신 있다. 2차 선발전에서 결선에 진출하지 못해 매우 좌절했지만, 1차전에서 좋은 성적(3위)을 냈고,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평창엔 4명이 갈 수 있는데, 나는 지금 4위다. 충분히 갈 수 있다.”
-만약 3위 안에 들지 못한다면 코치가 1명을 선발할 수 있지 않나.
“코치들이 4번째 자리를 고른다. 미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내가 평창에 가길 원한다고 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당당히 선발되고 싶다. 그건 플랜 B나 플랜 C일 뿐이다.”
-그럼 평창행은 거의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난 많이 근접해있다. 꾸준히 훈련하고 계속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평창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팬들도 당신을 평창에서 보고 싶어 한다.
“잘 알고 있다. 나는 평창에 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놨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다.”
-평창행 확정되면, 언제 한국에 오게 되는가.
“2월4일 출발해서 2월5일 도착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평창을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올림픽은 특별한 무대이고, 그 곳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설렌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곳에서의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우승을 할 수 있다면 더욱 환상적일 것이다. 올림픽에 가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매우 길다.”
-올림픽 이외에 한국에서 기대 되는 게 있다면.
“쇼핑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서울에 가서 쇼핑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다. 무엇을 하든 지 올림픽에 가는 것만으로도 좋다.”
-지난 2월 테스트 이벤트 때 서울에서 쇼핑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 슈트 5벌과 재킷을 샀고, (아플 때 착용하는) 얼굴 마스크도 많이 샀다. 그 중에서 특히 판다 모양이나, 한글로 무언가가 적혀 있는 재미 있는 모양의 마스크도 구입했다. 선글라스도 샀다. 쇼핑뿐만 아니라 절에도 방문했다. 강남도 흥미로운 장소였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가족들도 한국과 친숙하다고 들었다.
“어머니와 이모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드라마에 중독됐다. 매일 본다. 영어 자막으로 된 드라마다. 가족들이 나 못지 않게 한국행에 대해 설레고 있다. 가족들도 올림픽 때 함께 올 것이다. 내가 대회에 임할 동안 가족들은 쇼핑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그 시간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웃음).”
-테스트 이벤트 때 평창의 올림픽 코스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하프파이프 상태는 엄청 놀라웠고, 타본 코스 중 최고였다. 눈의 컨디션도 좋았다. 대회 기간 동안 많은 관중이 찾아줬고, 응원 방식도 신선했다. 나는 언제나 한국에 오는 것이 즐겁다.”
-한국 음식은 무엇을 먹어봤나.
“대회장 근처에서 코리안 바비큐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김치도 먹었다. 직접 한국에 와서 김치를 먹어보니 내가 평소에 알던 김치보다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7세 때부터 인연을 맺은 버튼 스노우보드를 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장비는 경기력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버튼 스노우보드를 타면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지 않았다. 재계약 시점도 몇 차례 있었는데, 다른 옵션들도 생각해봤지만 버튼 스노우보드 창립자인 제이크 버튼은 인간적이었고, 스폰서라기보다는 가족 같은 관계였다. 경기 내외적으로 훌륭한 지원을 받고 있어 나에겐 고향 같은 곳이다.”
-2006 토리노부터 2018 평창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은.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둔다. 스포츠와 음악이 결합된 페스티벌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한 뒤 다시 스노보드로 돌아오면 기분도 새로워진다. 그것이 기량 유지를 위해 도움이 된다. 늘 산악 지방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해변에서 사는 것도 좋아한다. 해변에 있다가 다시 산악 지방으로 돌아가면 ‘와, 춥다. 새롭다’하면서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스노보드를 탄다. 개인적인 삶과 산악 지방에서의 삶을 계속 번갈아 가며 생활 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된다. 일년 내내 산악 지방에서 사는 것은 내가 봤을 땐 과하고, 일과 삶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음악 축제)에서 헤드라이너(주인공)로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메인 무대는 아니고 3~4번째 되는 크기의 무대였다. 나는 밴드에서 기타를 쳤다. 지금은 그 밴드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지만 그 당시 좋은 제안을 받았고 다수의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밴드 ‘30 seconds to mars’와 함께 유럽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정말 좋다.”
-베스트 스노보더이자 훌륭한 음악가다.
“고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건 항상 좋다. 매일 저녁 같은 음식을 먹으면 쉽게 질린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음악은 즐겁다. 스노보드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에선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고, 유명하지 않은 밴드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 또한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서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서게 됐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com, 박진만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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