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규정 불공정 내용 등 점검
과기부, 거래소 보안 강화 권고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구 야피존)의 해킹과 파산 신청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잇따라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빗썸을 포함한 13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소비자 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후속조치다. 공정위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약관규정 중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규 위반이 있는 거래소에 대해 과징금ㆍ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엄격히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가상화폐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거래소 안전성에 대한 비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회원 수 24만명의 한 커뮤니티에선 “유빗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거래소라 보안이 취약한 것이고 대형 거래소는 안전할 것”이라는 의견과 “대형 거래소라고 다 믿을 수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갈렸다. “거래소의 보안까지 걱정하며 투자해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글도 공감을 얻었다.
또 언제 가상화폐 도난 사고가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부 투자자가 가상화폐 현금화(원화로 바꿔 거래소 지갑에 보관)에 나서면서 2,150만원선에서 출발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2,000만원 초반까지 밀려났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해킹에 안전하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아 고객센터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유빗 해킹 사건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취약한 보안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빗썸조차 지난 6월 해킹으로 회원 3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빗썸과 코빗, 코인원에 대해 보안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의 90%를 차지하는 이들조차 해킹 안전지대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빗썸 관계자는 “국내 대표 정보보안 전문기업과 함께 모의 해킹훈련과 보안시스템 구축 등 국가 기관에서 검증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뜨고 있는 코인을 취급하거나 경품을 주는 거래소가 아닌 보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거래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빗은 지난 1일 DB손해보험에 30억원 규모의 사이버종합보험에 가입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사고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돼야 보험사가 책임져야 할 사고인지 면책되는 사고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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