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채용 복마전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이른바 ‘빽’으로 불리는 연줄이나 돈을 주고 매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지난 7월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수사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채용비리 연루자 15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30명을 사법처리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난맥상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인 청탁형 채용비리
2013년 4월 최 전 사장은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보좌관 박모(46)씨로부터 강원랜드 2차 교육생 채용과 관련해 21명을 뽑아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채용이 끝난 상황이지만 추가 합격을 지시했고, 이를 거절하는 인사팀장에게 박씨는 ‘두고 봅시다’라고 협박까지 했다. 결국 강원랜드 측은 면접점수를 조작해 21명을 추가 합격시켰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9월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기존 계획보다 채용 예정 인원을 늘렸다. 청탁 받은 지원자가 필기시험에서 떨어지자, 의심의 눈초리를 피해 합격시키기 위해서였다. 이후 금감원 전 총무국장 이모(55)씨는 청탁 대상자의 면접 점수를 높게 매겨 합격시켰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전 원장 등은 채용 청탁을 받자 인ㆍ적성 검사 대행업체와 짜고 점수를 조작해 일부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성 차별 채용비리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7월 청년인턴 채용 서류전형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점수를 낮게 부여했다. 여성 142명이 지원했지만 고작 3명만 면접을 볼 수 있게 됐다. 면접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여성은 한 명도 붙지 못했다. 검찰 조사 결과 여성 면접자들에게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수를 준 면접위원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의 여성 면접자 점수 평균은 1~3등에 해당해 합격권이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15년 신입 사원을 뽑으면서 남성 군필자와 지역 인재를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여성 지원자 4명을 탈락시키면서 남성을 5명 더 뽑았다. 2016년에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 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면접점수와 순위를 조작해 여성 3명을 떨어트렸다.
낙하산ㆍ맞춤형 채용비리
한국서부발전은 사장까지 갈아치웠다. 2016년 10월 사장 내정자 정모(60)씨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3배수에 포함되지 않자, 내정자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준 면접위원을 설득해 최고점을 받았던 지원자 점수와 정씨 점수를 바꾸도록 했다. 결국 정씨는 사장으로 선임됐다가 올 9월 물러났다.
강원랜드는 청탁 대상자 맞춤 채용계획까지 짰다. 2013년 12월 지인 청탁을 받자 강원랜드 측은 예정에 없던 ‘수질ㆍ환경분야 전문가’ 채용계획을 만들었다. 실무진 반대까지 억누른 뒤 청탁 대상자가 보유한 자격증을 필수 지원조건으로 포함하는 사실상의 맞춤 전형을 진행해 채용했다.
금감원은 채용계획이나 공고에도 없는 세평 반영을 항목에 넣은 뒤 출처가 불명확한 세평이나 수집된 내용과 다른 세평을 반영해 특정인 3명을 떨어트렸다. 이들 대신 붙은 3명은 세평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금품수수형 채용비리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지난해 12월 채용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고 한국국제대 조교수로 채용한 I학원 이사장 강모(58)씨를 구속기소 했다. 청탁 대상자가 박사학위 소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이사회에서 결정된 1ㆍ2순위 지원자를 총장 면접 과정에서 탈락시키고 돈을 낸 이모(38)씨를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랜드는 채용 청탁을 대가로 한 금품 거래도 만연해 ‘채용비리 백화점’이나 다름없었다. 전 한나라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김모(66)씨는 2013년 지인 아들의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청탁을 받고 국회의원실을 통해 청탁해 합격하자 그 대가로 빚 2,000만원을 변제 받았다. 2014~2015년 지인 조카의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김모(54)씨는 지역 내 유지인 김모(77)씨에게 받은 돈 중 1,100만원을 주고 채용을 순차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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