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作 중 매력적 악역
힘든 1인 캐스팅도 마다 안 해
“관객들이 영화 그만하고 연극만 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어요.”
1,000만 관객을 두 차례나 동원한 충무로 스타지만, 무대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 대단했다. 배우 황정민(47)이 연극 ‘리차드 3세’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그간 뮤지컬 ‘어쌔신’ ‘오케피’ 등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연극은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이다.
2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황정민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고전극을 보며 배웠기 때문에, 지금 연극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공부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이 먼저 떠올랐다”며 ‘리차드 3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셰익스피어 초기 희곡으로 이미 무대화가 여러 번 된 작품을 어떻게 달리 보이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연기를) 잘 했을 때 차별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기 욕심에 체력적으로 힘든 1인 캐스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황정민이 맡은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가장 매력적인 악인으로 꼽힌다. 15세기 영국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왕위에 오른 자신의 형 에드워드4세에 불만을 가진 리처드의 비뚤어진 욕망과 인간군상을 다룬다. 리처드는 볼품없는 외모에 등이 굽은 장애를 가졌지만,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를 통해 권력을 잡아 나간다.
리처드 3세는 이안 맥켈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해외 배우들도 탐내는 강렬한 캐릭터다. 황정민 역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권력욕 앞에 나약해지는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아수라’의 악덕 시장 캐릭터와도 겹쳐지는 면이 있다고 했다.
황정민뿐만 아니라 방송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정웅인과 김여진이 에드워드 4세와 엘리자베스 왕비로 분해 무대에 오른다. 이들 역시 각각 3년, 6년 만의 연극 무대다. ‘리차드 3세’는 황정민의 부인인 김미혜씨가 대표로 있는 샘컴퍼니에서 제작한다. 2015년 ‘해롤드 앤 모드’, 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연극이다. 한아름 작가가 각색하고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서재형 대표가 연출을 맡아, 내년 2월 6일부터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 달 간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