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관계에 이른바 대만판 ‘적폐청산’ 논란까지 더해졌다. 최근 미국ㆍ대만의 밀착 움직임에 중국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개 언급하고 중국 공군기들이 잇따라 위협 비행을 펼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온 만큼 양안관계는 당분간 악화 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일 “대만 내에서 ‘녹색 공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색은 대만 독립성향의 민진당 당기 색깔이다. 신문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자체는 평가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역사적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논란의 소재가 된 것은 지난 5일 밤 입법원에서 통과된 ‘촉진전형정의조례’(促進轉型正義條例) 법안이다. 집권 민진당이 밀어붙인 이 법안은 행정원에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국민당의 계엄통치 시기를 모두 포함하는 1945년 8월 15일부터 1992년 11월 6일까지 벌어진 정치적 탄압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등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대만 민진당 정부가 역사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2ㆍ28 대만 원주민 학살 사건을 예로 들었다. 중국 정부는 1947년 당시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권이 군을 동원해 담배 암거래상 단속 항의시위를 진압하며 2만8,000여명을 학살한 이 사건을 ‘인민해방투쟁의 하나’로 규정했다. 환구시보는 “대만성(省)의 모순과 종족의식을 확대해 사회적 대립을 조장하는 건 명백한 양안 분열 의도”라며 민진당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주미 중국 대사관 고위 외교관은 미국이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자 “미군 함정이 대만에 정박하면 무력통일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고, 중국 외교부는 민진당이 중국 담당부처의 명칭을 대륙위원회에서 중국사무위원회로 바꾸는 입법안을 제출하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차세대 전략폭격기 훙(轟)-6K 등이 연이어 대만을 위협 비행하면서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대만의 최신 군사정보 수집은 물론 유사시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기 위한 준비태세의 일환”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등 양안관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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