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시민단체 치열한 공방에
여가부 “소모적 논쟁 자제” 당부
남성 출산휴가 3일 → 10일 추진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이 용어가 치열한 ‘전쟁터’의 한가운데 섰다.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제2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이하 2차 계획)이 수립, 확정됐다. 청사 앞에서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등 동성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성평등은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며 “정부가 성평등 용어를 사용할 경우 헌법적 가치인 양성평등을 외면할 우려가 크다”고 ‘성평등’ 용어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세종로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 공격은 반영해야 할 의견이 아니라 근절해야 할 폭력”이라며 “차별과 배제 없는 ‘성평등’ 용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2차 계획 브리핑에 앞서 “양성평등, 성평등 용어 사용을 두고 정책의 취지를 왜곡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우려된다”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향해 진전할 수 있도록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이 차관은 “2차 계획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정책의 내용은 변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평등 사회 구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일부 보수 종교단체 등에 밀려 ‘성평등’ 용어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단어 모두 영어 ‘gender equality’를 번역한 것으로 같은 뜻인데, 양성평등은 남녀간 기계적 평등으로 의미가 축소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는 성평등 표현을 쓴다”며 “양성평등이 소수자 차별의 뜻을 담아 오용되고 있다고 판단해 대선과정부터 성평등 표현을 쓰던 새 정부가 다시 양성평등 표현을 쓰기로 한 것은 혐오 표현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확정한 2차 계획에는 남성 출산휴가를 2020년까지 10일(현행 3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또 ▦온라인상의 성차별적 언어 축소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생활 속 성차별 언어ㆍ표현 실태조사 ▦기업의 성별 임금 정보 공개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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