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보다 공중에 뜨는 것에 익숙해져라.”
2018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을 설계한 버나드 루시(69ㆍ스위스)의 조언이다. 루시는 15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강원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의 메달 획득 ‘비법’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부터 전세계 알파인 스키 코스를 설계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선수가 허공에 뜨는 구간을 모두 합치면 300m가 넘는다”며 자신이 디자인한 코스의 특징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구간이 2,852m임을 감안하면 경기의 10분의1 이상은 허공에 뜬 채로 펼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활강은 알파인스키 세부 여섯 종목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경기다. 결승점까지 가파른 내리막을 활강하는 동안 시속 160km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코스 설계가 잘못될 경우 선수의 노력과 상관없이 활강 속도가 느려진다. 정선 알파인 코스가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2014년 소치올림픽 남자 활강 은메달리스트인 크리스토프 이너호퍼(33ㆍ이탈리아)는 “슬로우 모션(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비판했고, 2017 생모리츠 세계선수권 남자 활강 은메달리스트 에릭 과이(36ㆍ캐나다) 역시 “천천히 돌아가야 하는 구간이 너무 많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첫 테스트 이벤트로 2016 아우디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을 개최했을 때 나온 말들이다.
실제로 당시 남자 활강 1위인 크에틸 얀스루드(32ㆍ노르웨이)의 시속 113km에 그쳤다.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활강 최고 기록은 시속 135km였고 2013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160km도 기록한 바 있다. 루시는 선수들이 제기한 불만에 대해 “활강 곡선은 (인공눈으로)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대회 당일엔 이런 걱정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도 선수 시절 (코스에 대해) 불평하기를 좋아했다”던 루시는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남자 활강 금메달리스트다. 은퇴 후 당시 국제스키연맹(FIS) 회장을 따라 캐나다 캘거리 스키장에 갔다가 코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로 쭉 코스설계자의 길을 걸었다.
‘완벽한 곡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위스의 발디제르 스키장, 매년 스키 월드컵이 열리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스키장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평창올림픽뿐 아니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활강 코스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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