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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솔? 대머리?'…伊로마 앙상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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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솔? 대머리?'…伊로마 앙상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굴욕

입력
2017.12.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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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언론 "국가적 굴욕" 비판…소비자단체, 공적자금 오용으로 시 당국 고발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EPA 연합뉴스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EPA 연합뉴스

'성탄절이 1주일이나 남았는데 가지만 앙상한 크리스마스 트리.'

거리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등 도시 인프라의 총체적 난국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또 하나의 굴욕이 더해졌다.

로마 도심 한복판인 베네치아 광장에 설치된 높이 21m짜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성탄절이 되기도 전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볼품 없는 모습으로 시민들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9일 코리엘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600개의 은색 구슬로 장식된 채 지난 8일 설치된 이 트리가 대부분의 솔잎을 우수수 떨군 채 황량한 광경을 연출하자 로마 시 당국은 트리에 생명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인정하며 '때 이른 죽음'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알프스 산맥 기슭에 위치한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서 공수된 이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는 설치 당시부터 빈약한 모습으로 로마 시민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시민들은 즉각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로마를 대표하는 공식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머리', '앙상이' 등의 굴욕적인 별명을 붙이며, 이런 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삼는 데 4만8천 유로(약 6천200만원)나 되는 예산을 투입한 시 당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시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도착할 때부터 메마르고, 죽어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로마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은유"라고 탄식했다.

쓰레기 수거 문제, 빈약한 대중 교통 시스템뿐 아니라 수 개월이 지나도 메워지지 않는 도로의 구멍, 수거되지 않은 낙엽으로 막혀 비만 조금 오면 넘쳐버리는 하수도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열악한 로마의 처지를 자조한 것이다.

스카이 TV의 자금 지원으로 호화로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들로 도시 곳곳을 단장한 이탈리아 제2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밀라노와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언론도 비판에 가세했다. 로마에 본사를 둔 일간 일 메사제로는 "러시아에서는 로마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변기 솔'이라고 부른다"며 "국가적 굴욕"이라고까지 한탄했다.

몇몇 식물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가문비나무 대신 생명력이 강한 전나무를 선택하지 않은 시 당국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방위적인 불만과 조롱이 쇄도하자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급기야 건강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로마 시에 나무를 판 트렌티노 인근 마을 관계자는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나무가 로마로 떠날 때는 건강한 상태였다"며 조심성 없게 설치 작업을 한 로마 시의 잘못으로 나무의 생명력이 일찍 고갈됐고 주장했다. 일 메사제로는 이송 도중에 나무에 덮개를 씌우지 않은 탓에 나무가 죽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주요 소비자단체인 Codacons는 로마 시가 죽은 나무에 상당한 액수를 지불, 시민들의 세금을 잘못 썼다며 시 당국을 사법 당국에 고발했다고 밝혀, 로마 시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해 졸지에 법적 다툼에까지 휘말리게 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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