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돌연한 중동방문(10~12일)이 '외교단절 위기 수습용' 등의 뒷말을 낳으며 정치쟁점으로 번졌지만 청와대의 옹색한 해명과 반박이 더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비서실장이 굳이 특사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및 레바논을 방문한 목적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핵심인사의 동정을 출국 다음날 밝힌 것도 문제지만, 임 실장이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를 접견하는 사진과 영상도 관심인물을 빼는 등 '편집'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나 의심을 부추겼다.
청와대는 19일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예방한 이유는 외교다변화의 한 축인 중동의 전략적 랜드마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전사업에 대한 컴플레인 때문에 임 실장이 방문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 아래 이명박 정부의 원전수주 비리를 무리하게 캐다가 UAE의 반발을 사 국교단절과 계약취소 위기까지 맞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을 급파했다"는 야당의 공세와 시중의 루머는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임 실장의 왕세제 접견에서 원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UAE 원전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반박은 구차하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중동방문이 뒤늦게 알려진 후 '북한 접촉설' '원전 무마설' 등 여러 억측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을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 의해 임 실장의 왕세제 UAE 원자력공사 이사장 등 '특별인사'가 배석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합리적 의심이 커지는데도 "비공개 준수가 왕정국가 나름의 규칙"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감한 시기에 자리를 비운 채 2박3일간 중동을 방문한 것을 이런 얘기만으로 믿어 달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더욱 기이한 것은 임 실장이 '연차 소진'을 이유로 18~21일 휴가를 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이 임 실장의 중동방문 의혹을 따지겠다며 국회 운영위를 소집하자 '휴가 카드'로 피해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에는 그토록 당당하던 청와대가 '목적과 일정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문제에 왜 이토록 수세적으로 대응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말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사정이 있다면 이제라도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게 의혹의 확대재생산을 막는 지름길이다. 뭉갠다고 뭉개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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