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KBS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방송에 출연해 “파업을 그만 하는 것이 큰 기부”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망발”이라고 비판 성명을 내자, 홍 대표는 “진실을 말하면 막말이라고 한다”고 맞받기도 했다. KBS새노조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9월 4일부터 파업 중이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나눔은 행복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홍 대표는 “소외된 이웃이 따뜻한 연말이 됐으면 한다”고 말문을 연 뒤 곧이어 “KBS도 이제 파업을 그만 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여러분들이 파업을 그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큰 기부가 될 것”이라며 “이젠 파업 그만하시고 우리가 방송 좀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사회자들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셔서 좋은 소식 빨리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가오는 새해 대한민국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느냐”고 화제 전환을 시도했으나 홍 대표는 재차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금수저 정당’에서 ‘흙수저 정당’으로 바뀐다. 서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 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이제 파업 그만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 나시라”고 주장했다.
당황한 사회자들은 “예, 예, 예”라며 “홍 대표님의 KBS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 황급히 발언을 마무리했다.
KBS새노조는 성명을 내어 홍 대표의 언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막말 제조기 홍 대표가 또다시 망발을 내뱉었다”며 “홍 대표와 한국당 당신들이 파업의 원인 제공자이고, 우리가 청산하고자 하는 언론적폐의 원흉”이라고 성토했다. 또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낙하산 사장들을 잇달아 KBS에 투하해 장악하고, 심지어 보도와 방송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KBS를 정권의 애완견처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망언이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 사실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심의 요청은 물론 정정 및 반론 방송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홍 대표와 고 사장, 편성ㆍ중계방송 책임자들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별렀다.
KBS새노조가 성명을 내자, 홍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면 막말이라고 한다”고 맞받아쳤다. 홍 대표는 “나보고 걸핏하면 막말 운운하는데 그들에게는 가장 아픈 말이 팩트”라며 “진실, 팩트가 막말로 포장되는 이상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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