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자유 침해 사법처리 첫 사례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무혐의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시절 KBS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19일 이 의원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의 대처 미숙과 정부 구조 활동 등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항의하며 방송 편집에 개입한 혐의다. 방송 자유와 독립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 도입 후 사법 처리된 건 이 의원이 처음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지난 10월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의원은 “언론과의 협조를 통해 국가 위기나 위난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는 것이 홍보수석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KBS에 직간접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핵심 참모가 호소 차원을 넘어 방송에 변화를 주려는 ‘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규정됐고 국가 권력의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봤다”며 “홍보수석의 업무 범위를 고려해도 단순한 항의 의견 제시를 넘어서 방송 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는 이 의원과 김 전 국장의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시민위원회를 거쳐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함께 고발된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방송법이 방송사 외부의 보도 관여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는 점에서 내부 관계자인 길 전 사장에게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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