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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경제 빛과 그림자] 6년 박스권 탈출한 코스피 훨훨… 가상화폐에 투자 광풍

입력
2017.12.19 17: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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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호황에 외국인 ‘바이 코리아’

코스피 연초 대비 22.3% 상승

시가총액 1600조원 훌쩍 넘어

하반기 코스닥 열기 800선 터치

비트코인 2200만원 넘어 18배↑

정부 규제책에도 묻지마 투자 열풍

코스피가 3.35포인트 하락해 2,478.53으로 장을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3.35포인트 하락해 2,478.53으로 장을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생활 6년간 월급을 적금에만 넣었던 강모(30)씨는 올해 생애 첫 주식투자에 나섰다. 강씨는 “반도체 업종이 호황인 것 같아 SK하이닉스 주식을 7만원 초반대에 매수했다”며 “두 달 뒤 일부를 팔아 100만원 가량 차익실현을 했다”고 말했다.

2017년은 한국 증시에 역사적인 해였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외국인 투자자금은 밀려들었다. 6년간 2,000선 안팎에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오명을 들었던 코스피 지수는 연초부터 상승해 2,500선도 밟았다. 그러나 ‘흙수저의 탈출구’가 된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묻지마 투자와 투기 광풍의 부작용도 낳았다.

외국인과 IT가 이끈 코스피시장

코스피는 19일 2,478.53으로 마감, 연초 대비 22.3%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5월 전고점(2011년 2,228.96)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 지난달엔 장중 2,561.63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스피 시가 총액도 연초 1,308조에서 1,612조원으로 불었다.

강세장은 사실상 외국인이 이끌었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 주식을 7조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4조2,000억원, 7조4,00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 주식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인 건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하게 받쳐준 덕분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0조원, 9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34.2%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8조5,000억원을 기록, 2013년 세운 연간 최대치(36조8,000억원)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43.1%, SK하이닉스는 79.4% 올랐다.

6년 만의 강세장이 나타나자 주식에 간접투자하는 펀드시장도 예년과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는 펀드 매니저가 개별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액티브펀드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전체 시총에서 20% 넘게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많이 오르니 지수만 추종해도 수익률이 높았다”며 “인덱스펀드(수익률 28.9%)가 액티브펀드(18.2%)를 이긴 한 해였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비트코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비트코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하반기엔 코스닥ㆍ가상화폐 열풍

코스닥도 하반기에는 10년 만에 800선을 터치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 받았다. 특히 신약 개발과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흑자 한 번 낸 적 없는 바이오주들이 단기 급등했다.

다른 한편에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에 광풍이 일었다. 화폐, 상품, 자산 등 그 실체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도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고수익을 열망하는 투기 심리를 잠재울 순 없었다. 이날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2,215만원(오후 3시 기준)에 거래됐는데, 이는 연초 121만6,000원의 18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정부도 우왕좌왕하는 사이 입소문을 타고 기존 주식투자자를 비롯해 청소년, 주부까지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지난달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11조115억원으로 10월(4조3,885억원)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달 초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들어 비트코인과 대안(알트)코인 5종에 단타 매매를 한 박모(32)씨는 “하루에 10% 이상씩 수익을 내는 코인 거래를 하다보니 이제 적금이나 펀드는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미국 주요 거래소에 상장돼 선물거래가 가능해진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이어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최종구 금융위원장)”고 선을 긋고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거래를 금지했다. 뒤늦게 지난 13일 미성년자의 거래 금지 등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이를 사실상 거래 허용으로 인식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교환의 매개는 될 수 있어도 가치가 불안정해 화폐 기능은 할 수 없다”며 “젊은 층의 한탕주의와 우리나라 특유의 쏠림 현상이 배경이 돼 나타난 투기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전문가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1명(96%)가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답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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