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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외주사에 갑질하면 재허가 안내준다

입력
2017.12.19 17:5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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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외주제작사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외주제작사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방통위,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 발표

방송사별 자체 제작 단가 제출도

저작권 양도 강요 금지 등 추진

지난 7월 14일 박환성 김광일 독립 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두 PD는 빠듯한 제작비 사정 때문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한 채 하루종일 촬영을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두 PD는 상해보험도 여행자보험도 가입하지 않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방송사가 제작비 절감을 외주제작사에 떠넘기면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한빛 PD도 외주제작사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부가 방송계의 고질로 지적돼 온 방송사들의 외주제작사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근절에 나섰다.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 인력에 대해 안전을 강화하고 인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재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외주제작사 인력의 근로환경 개선과 외부제작비의 합리적 지급도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반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5개 부처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외주제작 인력의 상해·여행자보험 가입 확인여부를 방송평가 항목에 신설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재허가를 불허하거나 제재조치를 받도록 했다. 방송사 및 외주제작 관련 협회 등이 인권선언문을 제정토록 하고 이에 대한 준수 여부도 재허가 심사 항목으로 검토한다.

또 재허가 조건으로 방송사별 자체제작 단가를 제출토록 해 제작비를 합리적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했다. 밤샘, 휴일근무, 추가촬영 등 살인적인 촬영 일정과 과도한 근무시간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주제작사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해 최저임금·임금체불 등 취약사항에 대한 근로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불합리한 협찬 배분’ ‘저작권 양도강요’ ‘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콘텐츠 공정상생 센터’를 설치해 계약서 미작성, 구두계약 및 인권침해 문제 등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국내 외주제작사는 1991년 44개에서 2015년 532개로 늘었고,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MBC ‘대장금’ 등 방송이 해외진출하며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불충분한 제작비 지급, 저작권과 수익의 자의적 배분, 과도한 노동시간, 인권 침해 등 뿌리 깊은 관행들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박환성, 김광일 PD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 외주제작사 불공정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독립 PD들은 방통위의 대책을 대체로 반기고 있지만 아직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는 3~5년 사이 이뤄지고 재허가 기본 점수가 미달돼도 조건부 재허가가 의결되기 때문에 방송사가 규제 적용을 소홀히 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독립PD협회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적용할 수 있는 규제로 이 같은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며 “방송법을 개정해서 제재 수단을 갖게 하고 즉각 감독·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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