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전설 데비이스
장권옥 코치 만나 올림픽 2연패
“평창서 마지막 불꽃 태우겠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 바이니
올림픽 금메달 김윤미 만나 일취월장
평창 티켓 따고 엉덩방아 찧기도
‘미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남녀 흑인 빙상 선수들이 한국인 지도자와 손잡고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도전에 나선다.
주인공은 여자 쇼트트랙 마메 바이니(17)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샤니 데이비스(35)다.
바이니는 흑인 여자 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 미국 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지난 18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쇼트트랙 미국 올림픽대표 선발전 여자 500m에서 1위를 차지해 평창 티켓을 거머쥐었다.
바이니의 코치는 태극마크를 달고 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딴 김윤미(37)다. 김윤미 코치는 만 14살의 나이로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여자 3,000 계주에서 우승한 ‘한국 역사상 최연소 여자 금메달리스트’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정상에 섰다. 김 코치는 20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그곳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다가 2007년 바이니를 만났다.
바이니는 가나 출신으로 5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버지니아주 레스턴에 있는 도미니언 스피드스케이팅 클럽에서 김윤미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바이니가 미국 대표팀에 승선했다는 소식을 미국 언론들도 비중 있게 다뤘는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세상에나. 믿을 수 없다.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이니는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 박수를 치며 환호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감격에 겨워했다.
바이니에 한참 앞서 흑인 동계스포츠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샤니 데비이스도 평창에온다.
데이비스는 남녀 통틀어 미국 스케이팅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첫 흑인 선수다.
그는 19세 때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흑인 선수로는 처음 미국 대표로 뽑혔다. 이후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흑인 선수로는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첫 금메달이었다. 이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6세 때부터 빙판을 탄 그는 17세 되던 2001년 장권옥(46) 당시 미국대표팀 코치를 만나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 여름에도 한국을 찾아 장권옥 한국체대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감독 아래서 구슬땀을 흘렸다. 장 코치 영향 때문인지 데이비스의 취미는 태권도고 한국 음식을 즐긴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1,000m에서 우승한 뒤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한국 모태범(28)이 은메달을 따자 함께 손을 맞잡고 빙판을 돌기도 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친 그는 평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발전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데이비스는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성적을 합산한 점수로 이미 평창 참가 자격은 확보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동계 종목에서는 흑인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는 대부분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없는 더운 기후다. 또한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들고 상체가 발달한 흑인들은 무게중심이 위에 있어 겨울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흑인 선수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상황이라 데이비스와 바이니의 평창행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평창올림픽이 데이비스에게는 ‘마지막’인 반면 바이니에게는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