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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선언 무효화, 미국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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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선언 무효화, 미국만 “반대”

입력
2017.12.19 16: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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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미 정부의 결정을 백지화하는 결의안을 놓고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미 정부의 결정을 백지화하는 결의안을 놓고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무효화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민감한 외교 현안을 놓고 주변국을 배려하지 않은 미국의 ‘나홀로 행보’가 지속되면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1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결의안’ 채택을 표결에 부쳤으나 14대 1로 부결됐다.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미국은 예상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9개국 이상이 찬성하되, 미국 등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의 거부가 없어야 한다. 미국의 안보리 거부권 행사는 6년 만이다.

이집트가 만든 결의안 초안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동안 안보리가 예루살렘 지위에 관해 유지해 온 입장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예루살렘에 어떤 나라도 대사관을 설치해서는 안 되며 협상을 통해 최종 지위가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보리는 1980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내놓았고, 지난해 12월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별개 국가로 간주하는 ‘2국가 해법’ 정책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의 반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결의안 채택 시도는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넓히려는 포석이었으나, 미국 측은 ‘모욕(insult)’이란 단어까지 써 가며 격하게 반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거부권은) 미국의 주권을 지키고 중동평화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1994년 이후 팔레스타인에 50억달러 넘게 원조하는 등 중동평화를 위해 애쓴 사실을 거론하며 안보리 표결을 ‘모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9일부터 예정된 중동 방문 일정을 내달 중순으로 연기하는 등 미국도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펜스 부통령은 겉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세제개혁안 의회 표결을 일정 연기 사유로 내세웠다. 워싱턴포스트는 “상원 표결에서 찬반 동수가 나올 경우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예루살렘 문제로 촉발된 중동 지역의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미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하며 유엔 비상총회 소집까지 요청해 놓은 상태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예루살렘 지위는 이-팔 협상을 거쳐 확정하고, 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공동 수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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