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의 행선지는 ‘예정대로’ 친정 두산의 옆집 LG였다. 이미 LG의 공개적인 구애로 기정사실화된 내용이었고, 화제는 19일 발표된 천문학적인 계약 규모다.
LG는 김현수와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65억원, 연봉 5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시즌 최형우(KIAㆍ4년 100억원)의 외야수 최고액을 가뿐히 갈아치우며 올해 1월 롯데와 계약한 이대호(4년 150억원)에 이어 역대 FA 계약 2위로 뛰어오르는 금액이다. 특히 일시불로 수령하는 계약금 65억원은 역대 최고액이다. 그러나 과연 적정한 몸값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현수가 ‘타격기계’라 불리며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타자임은 분명하지만 일발 장타 능력은 이대호나 최형우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최형우의 경우 2014~016년까지 세 시즌 연속 3할 타율에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특급 외야수다. 그러나 2006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2015년 28개가 한 시즌 최다홈런이다. 20홈런을 넘긴 것도 10시즌 동안 세 번뿐이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썼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현수는 LG에 필요한 슬러거가 아닌 중장거리 타자다. 만 28세의 나이에 잠실구장에서 검증된 타자라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그 정도로 ‘올인’할 선수였는지는 짚어 볼 문제다.
독특한 시장 상황과도 맞물렸다. 보통 다수의 구단이 한 선수의 영입을 노릴 때 몸값이 올라가지만 김현수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은 황재균(kt)과 손아섭(롯데)을 차례로 놓쳐 급해진 LG밖에 없었다. 이 부분이 오히려 LG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LG 보험’을 들어 놓은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느긋하게 알아보며 LG와 협상 테이블에서 자연스럽게 ‘갑’이 된 모양새였다. ‘미국 유학 프리미엄’에 대한 차가운 시선 또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성훈과 손주인(삼성) 등 즉시 전력 베테랑을 대거 내보내고 리빌딩을 천명한 LG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는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김현수 영입으로 인해 LG가 키우겠다던 외야수 한 명은 자리를 잃게 됐으며, 보상선수까지 1명 두산에 내줘야 한다.
김현수는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 2015년까지 10시즌 동안 1,131경기 출전해 타율 3할1푼8리에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141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와 167안타,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러나 두 시즌 동안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볼티모어에서 트레이드돼 필라델피아에서 활약한 올 시즌도 타율 2할3푼1리(212타수 49안타)에 1홈런, 14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현수는 "새로운 기회를 제안해주신 LG 구단에 감사드린다. LG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며, 팬분들의 성원에 더 많은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까지 미계약 FA 선수는 김주찬(KIA), 김승회(두산), 최준석, 이우민(이상 롯데), 채태인(넥센), 박정진, 안영명, 정근우(이상 한화), 이대형(kt) 등 9명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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