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사 부실 확인할 것”
5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평택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가 부품 결함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열흘 전쯤 이뤄진 타워크레인 정기검사의 부실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19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가 입수한 사고 당시 영상에는 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인상작업 중 지브(붐대)와 운전석 등 마스트(기둥) 상부의 하중을 견디는 슈거치대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작업 틀)가 마스트 1개 단 높이인 3m가량 내려앉는 모습이 담겼다. 이 충격으로 건물 18층 높이에 있던 작업자 정모(52)씨가 안전난간 밖으로 추락했고, 이어 지브도 아래로 꺾여 마스트와 충돌하면서 2차 충격이 일어난다.
정씨와 함께 있던 작업자 4명은 안전고리에 매달려 가까스로 추락을 면했다.
경찰은 30∼4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슈거치대가 부러진 이유에 대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선 부적격 부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인데, 사고 크레인은 불과 9일 전 진행된 당국의 정기검사에서는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검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해당 크레인에 대한 검사는 국토교통부의 위탁을 받은 H사가 진행했다. H사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 물류센터 신축현장의 사고 타워크레인도 검사해 합격 판정을 내린 곳이다. 경찰은 H사의 타워크레인 검사 불합격률이 1.7%로, 다른 위탁기관보다 낮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나머지 5개 기관의 불합격률은 각각 29%, 17.9%, 5.4%, 4.9%, 4.5%였다.
경찰은 작업자 5명 중 정씨만 추락한 이유도 살피고 있다. 부상자들은 장착한 안전고리가 정상 작동해 화를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정씨는 크레인 설치 전문가였다”며 “그가 안전고리를 장착했는지, 했다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전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이다. 고용노동부는 타워크레인 설비의 구조적 결함 및 작업계획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국토교통부와 함께 사고 현장의 타워크레인 11대에 대한 비파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파괴검사란 구조물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내부에 부식이나 결함이 없는지 초음파 등을 활용해 검사하는 방법이다.
경찰과 고용부는 작업과정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 및 안전진단을 벌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 등 관계자를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오후 2시40분쯤 평택시 칠원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텔레스코핑 케이지가 3m가량 내려앉으면서 그 위에서 작업 중이던 정씨가 추락해 숨졌다. 사고 크레인은 프랑스 포테인사에서 2007년 제조한 MCR225 모델로, 해당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지난해 12월 10일 설치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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