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어란 간단히 말하면 고전에 쓰인 언어이다. 비록 옛날 말이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 죽은 언어이지만 고전에 쓰였기 때문에 쉬 잊히지 않는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언어이다.
이러한 고전어는 주요 문화권마다 존재한다. 서양에서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 불교에서는 고전 티베트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한자 사용권에서는 한문이 고전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말에서도 한문과 한자어는 세계 곳곳의 고전어와 여러 모로 유사하다. 첫째, 주로 인문과학 또는 사회과학 분야의 학술용어 중심이기는 하지만 전문용어의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용어로 근래에 널리 알려졌던 것 가운데 하나가 영어 ‘consilience’를 번역한 ‘통섭(統攝)’이다. 둘째, 또한 신조어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 가운데 한자가 이용된 것으로 ○○족(族) 계열의 낱말들이나, ○○시대(時代) 계열의 낱말들이 있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알고 있는 범위가 교양의 척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엘리트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고전어는 해당 문화권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의 우리말 중 고유 요소는 고전어인가? 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홍길동전과 같은 우리말로 된 고대 소설 등 우리말 고전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중세 국어나 근대 국어를 고전어라고 할 수도 있고, 한문과 같은 비중이나 역할로 따지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말 고유 요소가 고전어 역할을 한다면 그 생명력과 존재감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고유한 우리말이 명실상부한 미래의 고전어가 되게 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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