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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경제 빛과 그림자]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오르고 가계빚 눈덩이

입력
2017.12.19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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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8.2대책 이전 수준 이미 회복

똘똘한 매물 선호 강해져

거래량 줄어도 가격은 상승

규제 피한 곳은 청약광풍

가계부채 GDP 94% 육박

돈줄 죄어도 증가세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를 알아보던 회사원 윤모(42)씨는 얼마 전 결국 집 살 생각을 접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 연초만 해도 가격이 1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14억8,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호가가 15억원도 훌쩍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잡힐 줄 알고 기다렸는데 강남권 아파트는 상승세만 더 가팔라졌다”며 “1년 새 5억원 가까이 뛴 집값을 보면 한 달에 100만원씩 열심히 저축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2017년은 ‘투기세력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만 더 부추긴 해로 마감되고 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갈망과 시세 차익의 욕망은 ‘로또 청약 광풍’도 불러 일으켰다. 내년 대출규제 시행 전 “막차라도 타자”라는 심리가 거세지며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 규제에도 치솟은 집값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이미 8ㆍ2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전주대비)은 8ㆍ2대책 직후 5주 연속 떨어졌지만 9월 상승 전환해 11월27일에는 0.29%나 올랐다. 지난 7월31일(0.33%)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D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규제로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똘똘한 매물’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추가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은 매물을 오히려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거래량은 줄었지만 드물게 나온 매물이 팔리며 매매가격을 또 다시 높이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전용 95㎡의 경우 8ㆍ2대책 직후인 9월 9건이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2건이 매매되는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1억9,500만원에서 13억1,500만원으로 뛰었다.

부동산 규제를 피한 곳에선 ‘청약 광풍’이 불었다. 지난 9월 부산 강서구에서 분양한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가 대표적인 예로, 1,648가구 공급에 무려 22만9,734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청약자 수로 보면 2006년 경기 성남 풍성신미주(23만1,194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강서구는 정부가 지정한 부산 내 청약조정대상지역(해운대ㆍ연제ㆍ동래ㆍ수영ㆍ남ㆍ부산진구와 기장군)에 해당되지 않아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양도세 중과 등에서 자유롭다. 8ㆍ2대책 이후 분양한 단지 중 1순위로 마감된 경쟁률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청약조정대상지역 등이 아닌 비규제 지역이었다. 규제지역에서도 ‘규제로 공급량이 줄면 오히려 아파트 가격은 올라갈 것’이란 기대에 청약 과열이 계속 됐다.

가계부채 충격파 우려 커져

이러한 부동산 열기를 등에 업고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계속 몸집을 키웠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9월 말 기준 1,419조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 견줘 가계 빚 증가속도가 줄긴 했지만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위태로운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8%로 지난해 말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중국(2.4%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가계빚이 증가하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 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가 생겨날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까지 부실의 늪으로 빠져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시장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리스크)을 묻자 응답자 3명 중 1명(35%)이 가계부채 문제를 1순위로 답했다.

정부의 고강도 돈줄 죄기 정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한 것은 정부 대책과 무관하게 집값이 계속 오르자 주택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 규제에 막힌 주택대출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가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94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7,000억원 늘었다. 2008년 1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폭 증가다.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가 불가피한 구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을 점진적으로 안정화하면서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동욱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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