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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70곳 중 44곳 미달, 위기의 특성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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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70곳 중 44곳 미달, 위기의 특성화고

입력
2017.12.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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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 잇단 사고로 상고ㆍ공고 기피

‘나쁜 일자리’로만 내몰려 인식 악화

서울지역 특성화고 10곳 중 6곳이 넘는 학교가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미달 인원이 무려 4배 가까이로 늘었다. 현장실습생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취업률 경쟁 속에 ‘나쁜 일자리’로만 내몰리는 현실에 학부모와 학생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특정 산업분야 교육과정을 마련해 학생들의 취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특성화고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주 마감된 서울지역 특성화고 70개교의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총 44개교에서 2,079명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학년도에 16개교에서 546명이 미달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3.8배로 폭증한 것이다. 특성화고 신입생 정원 미달자 수는 2015년 11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 177명으로 불어나는 등 해가 갈수록 크게 불어나는 추세다.

서울 특성화고들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 추가모집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신입생을 모집했다. 미달된 학교들은 내년 1학기 시작 직전까지 개별적인 추가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신입생 대부분이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에서 모집됐던 예년 상황을 감안할 때 상황이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S특성화고 교장은 “대규모 미달 사태로 20곳 이상의 특성고가 내년에 학급 수를 줄여야 할 거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충격적인 상황은 근래 처음 겪어본다”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미달 사태에 학령인구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 악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2018학년도 특성화고 전체 지원자수는 1만8,066명으로 모집 정원보다(1만6,172명)보다 많았지만 방송영상ㆍ게임ㆍ디자인ㆍ실용음악 등 실용적인 전공 과목을 갖춘 학교에만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인 상업고, 공업고 등에 미달 피해가 집중된 것이다.

특성화고 취업률은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긴 하다. 2014년 45.3%였던 취업률은 올해 2월 기준 50.8%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매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취업의 양 자체는 늘어났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취업률만 지표로 삼아 재정지원사업 등에 나서면서 학교들이 오로지 수치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제주 산업체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이민호(18)군 사건이나 경기 안산의 공장 옥상에서 투신한 박모(18)군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것 또한 악재로 작용했다. 서울의 G고 교장은 “정부가 조기취업 형태의 실습을 전면 금지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특성화고의 장점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특성화고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플랫폼에서 열린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학생들이 본인들의 주장과 의견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플랫폼에서 열린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학생들이 본인들의 주장과 의견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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