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 원자력이사회 의장 아닌
아부다비 행정처장으로 배석”
서동구 국정원 1차장도 동행
양국 방산협력 의견 교환 관측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청와대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 실장이 이달 초 현지 파병 장병 격려를 위해 UAEㆍ레바논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되레 의혹만 증폭되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18일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임 실장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예방할 때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는 원자력이사회 의장이 배석한 정황과 관련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모하메드 왕세제를 예방할 때 원전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칼둔 의장은 당시 아부다비 행정청장 자격으로 배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UAE 측이 ‘항의를 목적으로 방한 계획이 있다’는 내용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원전업계에서는 한국에 74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을 발주한 UAE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방향에 우려를 갖고 있던 차에 임 실장이 UAE를 전격 방문하자 갖은 추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벤츠를 산 소비자 입장에선 갑자기 벤츠 본사가 앞으로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면 당연히 부품 걱정을 하지 않겠느냐”며 “UAE가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정부ㆍ업계 등 여러 경로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예방한 자리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UAE 바라카 원전 수주와 운영권을 모두 따내는 과정에 관여한 칼둔 의장과,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한국전력의 해외자원개발자문역을 맡았던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배석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부인 속에 임 실장이 양국 간 방산협력에 대한 의견을 긴밀히 교환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한 2011년을 전후로 한국의 UAE에 대한 방산물자 수출규모는 파병 전 5년간 393억원에서 파병 후 5년간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임 실장이 지난달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위문 방문한 부대를 다시 찾았고, 출국 하루 뒤인 10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국 간 시급한 현안이 없음에도 임 실장의 특사 파견은 열흘 전쯤에야 급박하게 결정됐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한반도 위기에 따른 대북 접촉설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한 국교 단절 위기설 등이 흘러나왔다. 임 실장은 연차 소진 차원에서 이날 오후부터 21일까지 휴가를 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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