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시니어 배우들을 앞세운 추리 스릴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비단 한국영화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노년층 주인공을 앞세운 작품은 드물기 때문이다. 비록 젊은 배우들을 내세운 작품처럼 화려하고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김홍선 감독은 “어른들이 나오니 고리타분한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투자가 쉽지 않은 영화다.
“투자배급을 맡은 NEW에서 큰 결단을 한 것이다. 내가 스타감독도 아니고 제작자 역시 평범한 사람인데 순 제작비 40억 원이 든 영화를 투자했다. 사실 NEW를 비롯해 제작사, 배우들 모두 이 영화를 상업적인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노인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지적했다.
“씁쓸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일부 몰지각한 노인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못된 면도 있지만 심덕수(백윤식)를 통해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미제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땀내 나게 뛰어다니는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성동일은 60대의 나이로 보이기 위해 특수분장을 했다던데.
“성동일은 특수분장을 통해 60대 초반의 나이로 설정했다. 심덕수 역을 맡은 백윤식도 설정 상 70대 중반이지만 워낙 동안이셔서 60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이시기 때문에 두 캐릭터의 나이 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두 사람의 ‘험한’ 대화를 통해 나이의 갭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범죄를 다루는 과정에서 ‘여성 혐오 논란’을 피해 가려 노력한 듯하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하긴 했다. 여성 피해자들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노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굳이 그 장면을 영화에 쓰지는 않았다. 진범의 범죄 행위가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극적인 장면을 좀 더 융화해 표현했다.”
-백윤식이 상대적으로 힘들어하지는 않았나.
“당연히 힘드셨을 테지만 잘 참고 하셨다. 내가 원하는 장면을 잘 짚어내시기까지 했다. 사실 힘드신 걸 티 내면 젊은 감독 입장에서 위축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셨다. 액션 연기도 대역을 쓰지 않았다.”
-특히 빗 속 진흙탕 액션이 가장 힘들었을 텐데.
“진흙밭에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싸우는 장면을 찍으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촬영 당시 11월이었는데 배우들 옷차림이 얇아서 고생이 많았다. 배우들을 안 다치게 하기 위해 직접 보령에서 머드 진흙을 사서 바닥에 깔았다. 6톤짜리 살수차가 늘 현장에 대기했고 실제로 200톤이 넘는 물을 썼다. 3일을 투자해 만든 장면인데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절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여성 피해자로 등장한 김혜인의 캐스팅 과정은.
“오디션을 보고 뽑은 배우다.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 잡힌 기성 배우보다 괜찮은 배우들이 꽤 있었다. 김혜인은 청순하고 순박한 느낌의 205호 김지은과 이미지가 잘 맞았다. 나이에 맞게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촬영해 준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체온증에 걸리고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티도 내지 않았다.”
-장르는 스릴러인데 유머 코드가 잘 녹아있다.
“전작 ‘공모자들’처럼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음) ‘기술자들’을 하면서 대중들이 뭘 좋아할지를 더 고민하게 됐다. 전형적인 색깔을 추구하기보다 범죄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위트 있는 장면이 살짝 들어감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길 바랬다.”
-관객들이 ‘반드시 잡는다’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고리타분하고 진지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밑바탕에 사회적인 이야기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나이 많은 두 남자가 누군가를 구하러 달려가는 버디스릴러로 봐주셨으면 한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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