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으로는 우승하지 못해서 이번 시즌 꼭 정상에 서고 싶었는데…”
신치용(62)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이 ‘52년 배구인생’을 마감한다. 신 단장은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모기업으로부터 “단장직을 내려놓고 고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삼성그룹 임원 세대 교체의 영향이다.
그는 ‘삼성화재 배구단’의 역사다. 1995년 프로배구 삼성화재 초대 사령탑에 올라 팀을 국내 최정상에 올려놨다.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V리그 원년인 200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2007~08시즌 정규리그ㆍ챔프전 통합우승을 시작으로 2013~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챔프전 왕좌에 올랐다. 그는 실업배구 슈퍼리그와 V리그에서 총 17번이나 정상에 오른 ‘우승 청부사’로 통했다. 감독으로 화려한 이력을 쌓은 뒤 2015년 5월 삼성화재 배구단의 운영 주체인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산하에서 배구단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임원(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배구인 최초로 그룹 임원에 오르는 기록도 썼다.
신 단장이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삼성화재는 챔프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앞두고 신 단장의 제자인 신진식(42) 감독을 선임해 현재 1위를 달리며 명가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면서도 “이번 시즌 단장으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팀의 우승을 간절하게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감이 교차한다. 선수, 코치, 감독, 단장으로 52년 동안 배구인으로 살았다. 60대까지 배구단에서 일한 건 행운이다. 삼성화재에 깊이 감사한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성화재 배구단과 한국 배구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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