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분위기 그대로지만 행사는 ‘간소’
5년 단위 ‘정주년’ 아니어서 생략한 듯
인공기 조기 게양한 군 초소 첫 관측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6주기가 조용히 지나갔다. 추모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지만 참배자 명단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름이 빠진 데다 추모대회 개최 보도도 없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 6주기 당일인 17일 대형 컬러 김정일 얼굴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한 사설을 통해 “지금 온 나라 수천만 아들딸들은 만고 절세의 애국자이시며 혁명의 대성인이신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러 삼가 숭고한 경의를 드리고 있다”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탁월한 영도로 사회주의 조선의 정치ㆍ군사적 힘을 천백배로 다져주신 것은 민족사에 영원 불멸할 업적”이라며 고 보도했다.
아울러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6주기를 맞아 북한 주재 각국 외교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김일성ㆍ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고,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멕시코 등에서 회고 음악회와 영화감상회, 좌담회 등이 개최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조선중앙TV도 종일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록 영화와 인터뷰 등을 방송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당 간부들의 참배 소식도 전해졌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일 동지 서거 6돌에 즈음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이 12월 17일 0시(서울 시간 17일 0시 30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며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행사에 참석한 당 간부 11명의 이름을 소개했다.
그러나 명단에 김정은은 없었다. 지난해까지 김정은은 매년 김정일 사망일에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궁전을 참배했다. 3주기까지는 부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 참배를 하긴 했을 것”이라며 “탈상(脫喪)한 데다 동정 보도가 필요 없는 당연한 일이라 (김정은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 동지의 입상에 김정은 동지의 존함을 모신 꽃바구니가 진정되었다”고 보도된 사실로 미뤄 올해는 김정은이 금수산궁전을 직접 찾는 대신 조화만 보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규모 추모 행사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주기 때인 2015년을 빼고는 매년 기일 당일이나 전날(1주기) 열린 중앙추모대회 개최 소식이 올해의 경우 이날 오후 10시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지지 않았다. 애초 4주기 때처럼 올해도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년 단위로 꺾이는 해)이 아니어서 지난해 5주기 당시 행사보다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대회가 생략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김일성의 경우에도 중앙추모대회는 3주기까지만 매년 열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일 1, 3, 5주기 때 낮 12시 정각부터 3분 간 전 주민이 묵념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올해는 이와 관련한 보도도 없는 상태다. 대신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군 초소에 인공기가 조기(弔旗)로 게양된 모습이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측됐다. 김정일 사망일에 조기 게양된 인공기가 관찰된 건 처음이다.
“제재 구걸 행각”… 北, 문 대통령 방중 비난
한편 이날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13일부터 3박 4일 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구걸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개인 필명 논평에서 “남조선 집권자의 이번 행각은 대미 추종으로 빚어진 대외적 고립에서 벗어나 보려는 너절한 구걸 행각인 동시에 외세와의 반공화국 제재ㆍ압박 공조를 강화해 보려는 범죄적인 동족 대결 행각”이라고 힐난했다. “대방(상대)의 홀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자’고 너스레를 떤 남조선 당국자의 추태는 실로 민망스럽기 그지없었다”고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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