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일정 잡지도 못해
22일 마지막 본회의 처리 불투명
“대법 판결 뒤 추진” 목소리도
12월 임시국회 종료(23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가 연내 처리를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법’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면서 빨간 불이 켜졌다. 휴일근로수당에 중복할증을 적용할지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을 모으지 못해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법안 통과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연내 입법되려면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 본회의인 22일에 처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계류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날까지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이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가장 큰 쟁점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할증 여부다. 환노위 여야 간사단은 지난달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기업 규모별로 시기를 유예하고, 휴일에 일할 때는 현행대로 연장수당을 빼고 휴일수당만 50% 가산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재계 역시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를 비롯해 여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휴일수당과 연장수당을 중복해 지급(통상임금의 200%)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야 간사 합의안에 반대, 결국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낮은 수준의 출발이라도 어떤 형태든 출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근로시간 단축법의 연내 입법 추진을 원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중복할증을 인정하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자는 중재안을 협상카드로 내놨다.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듯 중복할증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부터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조차 “여야 합의안이 최대치”라고 반대하고 있고, 노동계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한국노총은 18일 긴급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모으기로 했으나, 휴일ㆍ연장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향후 노정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일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긴급 결의대회를 예고하고 있는 등 더욱 강경한 태도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여당에서는 관련 법안 통과를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중복할증 문제와 관련된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대법원이 내년 1월 관련 공개변론 후 노동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그 이후에 입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근로시간 단축 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덜기 위해 연내 입법 목표를 포기하고 있지 않은 만큼 막판 극적 합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단 다음주 중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면서 “노동계는 물론 재계 등 관련 단체와의 접촉을 계속 진행하면서 설득이 가능한 접점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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