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건당국에 ‘성전환자’와 ‘태아’ 등 특정 단어들을 예산 관련 보고서 작성 시 사용하지 못하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앞서 14일 정책 분석 담당 직원들에게 2019년 예산 관련 보고서에 7개 단어를 적시하지 않도록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공지된 금지어는 ▦취약한(vulnerable) ▦재정 지원 혜택(entitlement) ▦다양성(diversity) ▦성전환자(transgender) ▦태아(fetus) ▦증거 기반(evidence-based) ▦과학 기반(science-based)이다. CDC는 ‘과학 기반’과 ‘증거 기반’은 ‘CDC 권고는 지역사회의 기준과 희망을 고려한 과학에 근거한다’는 표현으로 대체하게 했으나, 이밖에 5개 용어에 대해선 아무런 지침을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DC 측은 금지 이유를 일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HHS가 공식 웹사이트의 성 소수자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고 설문 조사 문항에서도 성적 지향ㆍ성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없앤 행보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는 보수 정권인 트럼프 정부가 인정 또는 선호하지 않는 단어를 ‘자체 검열’하는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백악관은 내년 초 각 부처ㆍ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서를 제출받은 후 차기 연도(2019년) 예산을 편성한다.
트럼프 정부의 지침은 상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CDC 활동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CDC 소속 분석관들은 “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나 성전환자의 에이즈 예방 문제 등을 직접 다루는 기관”이라며 “정권의 이념 때문에 보고서에 특정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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